확전 경계하는 대통령실… ‘극적 화해’냐 ‘결별 강행’이냐 기로 [대통령실·한동훈 충돌]

이현미 2024. 1. 2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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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마이웨이 한동훈’에 대응 고심
갈등 봉합땐 ‘김여사 명품백’ 입장 발표
결별시 親尹의 韓 축출 움직임 가시화
한동안 숙고 돌입… 최종 카드에 촉각
섣부른 화해 메시지 전망 경계 분위기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충돌 논란에 대해 22일 언급 자제령을 내리며 확전을 경계했지만, 양측 간 불화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공개 충돌한 만큼,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 참모 간의 조율 단계를 넘어 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 권력투쟁 등 현실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윤 대통령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제5차 민생토론회에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감기를 이유로 들었으나 ‘김건희 리스크’를 둘러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충돌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4차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참석자들 의견을 듣는 모습.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이 갈등 봉합에 나설 경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대통령이 발표하는 수순을 밟고, 반대로 결별 시에는 대통령실의 침묵과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의 한 위원장 축출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참여 예정이었던 민생토론회에 불참하고 숙고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은 이날 한 위원장 문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라”며 확전을 경계했다. 하지만 양측 간 갈등을 어떻게 정리할지 결론이 나지 않아 섣부른 화해 메시지 역시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돌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 차이가 결정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관련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했던 한 위원장 발언에 격노를 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일부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순 있어도 선거 경험 부족이 낳은 섣부른 판단이란 비판도 대통령실과 여권 내부에서 나왔다. 대통령의 어젠다로 삼을 경우 아무리 사과하더라도 총선 끝까지 야권 공세의 먹잇감이 될 것이란 시각에서다.

윤 대통령 측에선 김 여사를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한 위원장에게 지난 주말 이전에 수차례 우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한 위원장이 입장을 바꾸지 않자 이 실장이 직접 찾아가 사퇴를 요구했고 한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며 정면 충돌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과의 결별까지 염두에 뒀다는 전언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양측 결별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봉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아직 윤 대통령의 최종 의중이 공개적으로 전달되지 않은 만큼 대통령의 결심 카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사태 봉합에 나설 경우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김 여사 관련 입장을 정리해 밝히는 것이다. 대통령과 기자단이 김치찌개를 끓이며 담소하는 방안이나 KBS 등 특정매체와 인터뷰하며 신년 간담회를 갈음하는 방식은 이번 사태로 인해 더 이상 검토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양측 갈등이 확전 양상으로 비화할지, 봉합 국면으로 수그러들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과의 결별을 선택할 경우 대통령실은 침묵하는 대신 당내 친윤 세력이 움직여 한 위원장의 거취 압박을 강화할 것이란 일각의 관측도 나온다. 당헌·당규상 한 위원장을 강제 사퇴시킬 방법은 없지만 당내 압박이 거세지면 조직 기반이 약한 한 위원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이날 ‘선민후사’ 입장을 밝히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도 윤 대통령 측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한동안 숙고를 거듭하며 최종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이 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은 지난 21일 저녁 한남동 관저에서 회동하며 사태 수습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당초 윤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5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가 시작되기 30분 전 불참을 통보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아침부터 목이 잠기고 감기 기운이 있다. 대중이 모이는 공개 행사에서 말씀하기가 적절치 않아 불참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한 위원장과의 충돌 여파로 숙고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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