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천명한 한동훈… "확전땐 공멸" 갈등 봉합 나서
압박에도 사퇴 강제수단은 없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입장차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받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적 기로에 섰다. 일단 사퇴요구를 거부하고 비대위원장직 수행 입장을 밝혔지만 대통령실과의 갈등속에 '당 주도'로 제22대 총선 국면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갈등을 계기로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 대립구도로도 비쳐지는 것도 그로선 부담스럽다.
한 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당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며 "내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대통령실 사퇴 요구 보도' 계기로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입장을 낸 데 이어 적어도 6개월인 비대위원장 임기 완주를 못 박은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부터 직속 후배이자 현 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을 지낸 그가 여당의 총선사령탑으로 등판하자마자 '홀로서기'를 천명한 셈이다. 다만 전날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한 사퇴 요구와 '당무 개입' 논란에 관해 "구체적 내용에 대해 말씀해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엔 "내 입장은 처음부터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강성진보 유튜브 매체와 재미인사가 연루된 '함정 취재'라는 여권 주류와 같은 입장이라는 것이다. 다만 여론을 의식해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지만 직접적인 사과 등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명품백 의혹 직접사과 등 적극 대응을 주장해온 김경율 비대위원을 둘러싼 주류의 공세도 방어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명품백 의혹을 '정치공작'으로만 좁히는 것을 "TK(대구·경북)의 시각"으로 규정했던 발언,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점에 "거친 언행이 여러모로 불편함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소개해 불거진 사천(私薦) 논란엔 '경선 절차에 따르면 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약간 절차적인 부분에 오버한 면이 있다"면서도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천을 단언하는 건 자제하고, 화해를 조율해야 한다고 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이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근본적 입장차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한 위원장이 총선 사령탑으로서 '국민 여론'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갈등이 수면아래로 잠복하더라도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이전 지도부와 달리 그가 보수여권 차기 유력주자로 각인된 '체급 차이'도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법무장관 시절부터 민주당과 설전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또 이날 비대위에서 민주당에 '5·18 가짜뉴스' 되치기를 하는 한편 '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게 "고인물"이라며 "종북 성향으로 운동하셨던 분들"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친윤 주류보다 '선명성'에서 앞서 여권 지지층을 붙들 가능성도 보인 셈이다.
주류의 거취 압박이 여론몰이가 계속될 순 있지만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지도부에선 장동혁 사무총장이 이날 KBS라디오에서 "결국 몇몇의 여론이나 의사를, 마치 그게 당 전체의 여론이나 의사인 것으로 계속 여론을 형성해나가는 방식"을 지목해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고 경고음을 냈다.
수도권 일각에선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면 된다"거나 "한동훈 비대위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등 비대위 지원사격도 이어진다. 일방적이지만은 않은 대결 구도에서 결국 김 여사 논란 정리가 '대형 악재'의 해법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변의 중재가 이뤄질 경우 양측이 '정치적 해법'을 마련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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