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지키기가 국정 과제인가”…본말 전도된 윤 대통령 ‘제왕정치’

김미나 기자 2024. 1. 2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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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격려사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걸어가고 있다.(왼쪽)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 비대위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통령실의 여당 비대위원장 사퇴 압박은 윤석열 대통령이 바라보는 당-정 관계가 수직적 상하 관계에 머물러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임기 시작부터 거듭돼 온 무소불위 제왕적 대통령제의 모습과 무너진 당-대통령실 관계의 장면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구태 정치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은 22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 거부 의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이제는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전날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철회했다”는 보도를 부정하지 않았던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사퇴 거부로 여권 내 확전 분위기가 이어지자 숨 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결론이 어떻게 지어지든, 당-정 관계를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뒤틀린 시각이 또다시 드러났다는 점에서 여권 내 대형 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임기 초반 이준석 대표를 향해 “내부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 논란을 자초한 것을 시작으로, “대통령은 1호 당원” 논리를 내세운 김기현 대표 꽂아넣기와 축출, 한동훈 비대위원장 꽂아넣기 뒤 축출 시도가 되풀이되면서 건강한 당-대통령실 관계를 기대한 유권자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린 까닭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특별사면하고 두달 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로 사실상 ‘공천’해 당무 개입 논란이 일었지만, 선거 결과는 참패로 결론이 났다.

총선을 두달여 앞둔 국민의힘 내부에선, 되풀이되는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에 대한 우려가 들끓고 있다. 한 영남 지역 의원은 이날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한 위원장 사퇴론에 대해 “(역대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 중에서도) 이건 너무 심하다. 권력의 사유화”라며 “이럴 거면 윤 대통령이 (당에) 와서 해 버리든지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어 “대통령실은 자신들이 선거 (출마하는) 당사자가 아니니까 여론을 모른다. 오직 (윤 대통령) ‘심기 경호’만 하려나 본데, 지금은 대통령이 먼저 ‘나를 밟고 가라’고 해야 자신도 살고, 당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지역에서도 (김 여사 리스크 탓에) 여론이 부글부글한데, 선거를 치르려면 어떻게든 이 문제를 털고 가야 하지 않나. 한 위원장이 버티고 (윤 대통령을) 이겨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행동이 정치 중립 위반이라며 법적 조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명백한 당무개입이고, 정치 중립 위반”이라며 “법적 검토를 거쳐 조치할 게 있으면 반드시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학자들은 2000년대 초반 정치개혁 움직임 속 사라진 ‘총재 정치’가 검찰식 정부 운영 과정에서 회귀한 것이라고 짚었다. 공천 등 당내 기득권 다툼 속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친 사례는 있었어도, 지금처럼 당 대표 자리를 대통령 입맛에 맞게 수시로 교체하면서 당 체제를 무너뜨리는 노골적 개입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정치학)는 이날 한겨레에 “여전히 한 위원장을 검찰 부하로 보고 있는 것이며, 당을 검찰 조직을 운영하듯 해 총선 전망을 더 어렵게 했다”며 “당으로서는 대통령에 대한 충심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누가 위원장을 맡는다 해도 모양새가 우스워져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워진 최악수”라고 짚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학)는 “‘당정 협의’라는 것은 정책적 차원이어야지 정당 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당정관계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며, 한 위원장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결국 ‘김건희 여사 지키기’를 국정의 제1 목표라고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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