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69시간 근무 다시 힘 싣는 정부, ‘과로사회 역풍’ 잊었나
정부가 주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하루에 얼마를 일하더라도 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에 맞춰 ‘연장근로 한도 위반’에 대한 기존 행정해석을 변경했다.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 준수 여부를 따질 때 ‘1일 8시간’이 아닌 ‘1주 40시간’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행정해석을 변경한다고 22일 밝혔다. 노동부가 행정해석을 현재 조사·감독 중인 사건에 곧바로 적용하겠다고 밝혀 현장에 당장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퇴행적 판결에 기민하게 발맞추는 노동부의 행태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바뀐 행정해석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시간을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것에 근거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항공기 객실 청소업체 대표의 2심 유죄 선고를 파기하면서 연장근로 시간을 1주일 단위로 계산했다. 하루 ‘8시간’을 넘으면 연장근로로 봐온 그간의 행정해석을 뒤집은 것이다. 판결에 따르면 이틀 연속 21.5시간(휴게시간 제외) 일하고 쉬는 극단적인 노동도 가능해진다. 장시간 집중노동이 노동자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수많은 통계들로도 입증된다. 노동부도 이날 “건강권 우려도 있는 만큼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한 것은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가 서둘러 행정해석을 바꾼 것은 초과노동을 합법화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에 다시 불을 지피려는 의도일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근로시간 개편방안은 과로를 부추기고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대법원 판결도 연장근로 시간 상한이 따로 없는 근로기준법의 허점 탓에 나온 것인 만큼 보완 입법을 추진하는 게 맞다. 판결을 명분 삼아 다시 장시간 노동 제도화에 나서려는 정부 태도는 부적절하다.
노동자 건강을 담보로 한 ‘노동시간 유연화’는 명분이 없다. 정부는 노동시간 늘리기 시도를 그만두고 주 11시간 연속휴식, 연장근로시간 상한 설정을 보완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장시간 노동 관행이 존속하는 한 저출생 위기는 타개할 수 없음을 정부는 깊게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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