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기연 브랜드로 배낭계 에르메스 되겠다"

최형창 2024. 1. 22. 18:3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평생 갈 동지로 여겼던 해외 파트너사들이 코로나19가 터지자 돌변했다.

어떤 고객은 대금을 제때 줄 수 없다고 통보했고, 원자재를 공급하던 업체는 자재값을 서둘러 주지 않으면 납품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정인수 동인기연 대표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피아 구분이 확실해졌다"며 "가격을 깎자고 속 썩이던 고객사를 정리한 덕분에 영업이익률이 훨씬 개선됐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인수 대표 인터뷰
아크테릭스 등 유명 브랜드 ODM
팬데믹 이후 재도약…공장 풀가동
자체 브랜드로 해외 시장 공략
"첨단 봉제사업으로 승부걸 것"
정인수 동인기연 대표는 “세계 최고 품질의 아웃도어 배낭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단 한 번도 품질과 타협한 적 없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평생 갈 동지로 여겼던 해외 파트너사들이 코로나19가 터지자 돌변했다. 어떤 고객은 대금을 제때 줄 수 없다고 통보했고, 원자재를 공급하던 업체는 자재값을 서둘러 주지 않으면 납품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정인수 동인기연 대표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피아 구분이 확실해졌다”며 “가격을 깎자고 속 썩이던 고객사를 정리한 덕분에 영업이익률이 훨씬 개선됐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중견기업 동인기연은 아크테릭스, 그레고리, 블랙다이아몬드 등 전 세계 내로라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배낭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든다. 불편한 업체와 거래를 끊었지만, 여전히 글로벌 고객사는 40여 개에 달한다. 인체공학에 기반해 가볍고 튼튼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차별화된 기술력 때문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전문가용 등산배낭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45%에 달한다. 그 덕에 10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22년 2505억원, 영업이익은 427억원으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경기 침체 여파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매출 약 22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유행 때 막혔던 여파로 재고가 쌓여 있었는데 이제 다 소진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공장을 완전가동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졸업 후 현대중공업에 다니던 정 대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상경하라는 아버지 호출에 짐을 싸서 서울로 갔다. 이후 1992년 동인기연을 창업했다. 배낭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 생산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발품 팔아가며 해외 영업하던 중 ‘봉제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미국 켈티사의 요청에 영역을 넓혔다.

정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면서 필리핀에 터를 잡았다. 현재 필리핀 공장 근로자만 1만 명에 이른다. 필리핀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배낭 물량은 연간 550만 개, 최대 3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정 대표는 2022년부터 새 도전에 나섰다. 자체 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인 것. 하이엔드 아웃도어 브랜드 ‘인수스(Insooth)’, 캐주얼 백팩을 만드는 ‘디나이언트(Dinaient)’ 등이 대표적이다. 등산용품 외에도 유아·반려동물용품 시장까지 개척했다. 특히 가벼우면서 고강도인 유아용 카시트는 지난해 말 블랙프라이데이 때 미국에서 5600개 ‘완판’ 기록을 세웠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때 일부 파트너의 변심을 겪어보니 내 브랜드가 있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인터뷰 내내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단 한 번도 품질과 타협해본 적 없다”며 “상품 일부가 문제가 있을 때 깎아서 공급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 다 회수해 새로 만들어서 보낸다”고 말했다. 또 “고강도 알루미늄을 생산하기 위해 부러뜨린 텐트폴만 1만 개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의 산업만 우대하는 분위기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 대표는 “국내에선 봉제 회사라고 저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에르메스와 루이비통도 봉제회사인 만큼 우리 사업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