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 교수 수험생 불법 과외 최고 5억”…교수 단체 “사교육 카르텔”
“이런 것 할 수 없어…실제 참여했는지 조사해야”
음악 관련 A 협회는 지난해 예중·예고·음대 피아노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입시 평가회를 연다고 공지했다. 입시 평가회에서는 실기 시험을 앞두고 수험생들의 연주를 평가해준다. 수험생들은 1곡 8만원, 2곡 12만원, 3곡 16만원, 4곡 20만원을 내고 입시 평가회에 참여한다. 그런데 A 협회는 ‘음대 교수와 강사진으로 평가위원이 구성됐다’고 홍보했다. 현행법상 음대 교수의 과외 행위는 금지됐는데, 이들이 대학 밖에서 수험생을 대상으로 사교육 활동에 나선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서울대, 숙명여대 등에서 불거진 음대 입시 비리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이 서울대·숙대 음대 압수수색을 벌이며 공개 수사에 나선 데 이어 교육 관련 시민단체는 음대 교수들의 불법 과외 등에 대해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대 교수가 수험생들에게 불법 과외를 하며 1억~5억원 상당의 금품을 현금, 차량, 명품, 그림 등으로 받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대교협)와 ‘반민심 사교육 카르텔 척결 특별조사 시민위원회’(반민특위)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예체능 입시 비리 사교육 카르텔 세미나’를 열었다. ▲음대 교수의 불법 과외 ▲실기곡 유출 ▲마스터 클래스 ▲입시 평가회 ▲학원의 대학 설립 등 예체능 관련 사교육 카르텔이 극심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음대 입시는 구조적으로 비리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은 악기를 사야 하는데, 첼로는 9800만원, 하프는 5000만원 정도 한다. 비싼 악기 값을 감당할 수 있는 소득 상위 0.1% 학부모의 자녀들만 음대 입시를 준비할 수 있다.
악기를 갖춘 학생들은 입시를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 음대 교수들은 이 과정에서 억대의 고액을 받고 불법으로 과외를 한다고 한다. 현금, 카드, 차량, 명품이나 그림, 부동산이나 비트코인 등을 받는 식으로 대학 밖에서 별도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반민특위 상임위원장)는 “교수가 레슨을 해서 학생이 (음대에) 입학했다면 학부모가 지급한 돈은 1억원에서 5억원은 될 것”이라며 “학부모가 어떤 형태로든 교수에게 뭔가를 해준 것”이라고 했다.
현행법상 대학 교수의 과외 교습은 불법이지만 꾸준히 적발돼 왔다. 연세대 음대 피아노과의 한 교수는 지난 2021년 입시생에게 불법 과외를 해주고 다음해 입시 실기곡 1곡을 미리 알려준 혐의로 기소돼 작년 6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서울대와 숙명여대 교수 등이 수험생을 상대로 불법 과외한 혐의 등에 대해 작년 말부터 수사하고 있다.
대교협과 반민특위는 음대 입시에서 실기곡이 유출되고, 학원들이 실기곡 적중률이 높다며 홍보하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이밖에 전문가를 초청해 소수 교습을 하는 마스터 클래스와 실기 시험을 앞두고 수험생의 연주를 미리 평가하는 입시 평가회도 사교육 카르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양 교수는 “20여개 업체에서 입시 평가회를 진행하지만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시 평가회 홍보 포스터를 보면 음대 교수와 강사들이 평가위원이라고 돼 있는데 음대 교수들은 애초에 이런 걸 할 수 없다”며 “(업체가) 학생들을 속인 것인지 음대 교수들이 실제 (평가위원을) 한 것인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유명 작곡가 B씨가 실용 음악 학원 대표로 있으면서 학점은행제 평가 인정 교육기관의 학장을 겸임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양 교수는 “대학 교수는 기업 사외이사나 벤처기업 임원이 되는 것을 제외하고 겸직이 금지된다”며 “학장이라는 이름을 갖고 학원을 운영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들 단체는 주요 대학 음대 교수들을 전수 조사하는 등 예체능 입시 비리 의혹을 밝히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학계에서 퇴출하고 징벌적 손해 배상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악기 대여나 교수, 은퇴자 등이 온라인 등 비대면으로 공적인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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