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반도체 핵심기술 잇따라 유출…“최대 징역 18년” 양형기준 강화
[앵커]
지난해 국내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국내 핵심 첨단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로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만 정작 이를 막기엔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최근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사회부 김영훈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최근에도 반도체 핵심기술을 해외에 빼돌리던 일당이 적발된 사건이 있었죠?
[기자]
네, 검찰이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기술과 국내 반도체 장비납품업체 핵심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일당을 지난 3일 구속기소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번 수사는 이들의 기술 유출 정황을 포착한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5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들 가운데 특히 삼성전자 부장 출신 김 모 씨는 퇴직한 이듬해인 2016년 중국 D램 제조회사에 입사해 17~18 나노 D램 개발을 위한 일명 'H 프로젝트'를 계획했습니다.
프로젝트에 착수한 김 씨는 곧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을 담당했던 엔지니어들을 영입했고, 아직까지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삼성 직원이 반출한 18나노 D램 공정 정보를 자신의 집에서 중국업체 서버에 올린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사건으로 삼성전자와 협력업체가 입은 피해만 2조 3천억 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2조3,000억 원이면 천문학적 금액인데요.
이런 기술 유출 피해 현황은 어떤가요?
[기자]
네, 기술 유출 피해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정원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년 동안 적발한 산업 기술 유출은 96건으로 매년 20건 정도가 유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상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 유출 건수는 33건에 달했습니다.
이로 인한 전체 피해 규모가 23조원 대에 이를 정도로 기술 유출 상황은 심각합니다.
[앵커]
이렇게 기술 유출 피해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네,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 범죄 억제 효과가 낮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기술 유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155명, 이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9명으로 비율로는 5.8%에 불과합니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상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최고 형량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낮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통계에서 보듯이 실제 기술유출 사건에 대해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부정한 목적 입증 곤란, 이익 미실현, 초범 등의 감경사유가 적용돼 법정형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천문학적인 기술 유출 피해 규모에 비해 양형기준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앵커]
처벌 실효성 강화를 위해 최근 대책 마련에 나서는 움직임도 있다고요.
[기자]
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8일 기술 유출 범죄의 양형 기준을 대폭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양형 기준안을 의결했습니다.
산업 기술을 국내로 유출했을 때 최대 권고 형량을 기존 6년에서 9년으로, 국외로 유출했을 때는 기존 9년에서 15년으로 상향한 겁니다.
특히 국가 핵심 기술을 해외로 빼돌릴 경우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기술 유출 범죄는 대부분 재범이 없고 초범이라는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 참작 사유에서 초범을 빼도록 권고했습니다.
[김민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양형위원회가 양형) 기준 자체를 상향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고, 지금 경제안보가 세계적 화두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기업들을 보호하고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김영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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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hu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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