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수원에 예술인 기회소득 없는 현실”…지역 예술인들 조례 제정 촉구 잇따라

이나경 기자 2024. 1. 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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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열린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실시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수원지역 예술인 등이 수원시의회의 조속한 조례안 상정 및 통과를 요구하며 촉구안을 제창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수원지역 예술인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의회의 ‘기회소득 조례안’ 통과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쟁취를 위한 범예술인 행동은 지난 20일 수원 화성박물관에서 수원시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수원시민사회단체 협의회와 ‘수원예술인 기회소득 실시를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26일 수원 라포애 갤러리에서 ‘예술인 기회소득 원로예술인 간담회’가 열린 지 한 달이 채 안 돼 또 다시 조례안 통과를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 제정안이 통과되면서 수원, 성남, 용인, 고양시 4곳을 제외한 경기도 27개 시·군에서 경기도예술인기회소득이 시행됐다. 반면 수원특례시는 지난해 9월 제377회 임시회에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안’을 상정했으나 시의회 문화체육교육위원회는 이를 보류, 같은해 12월까지 열린 제378회, 제379회 임시회 및 본회의에 한 차례도 상정되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시민과 예술인 모두를 위한 기회소득’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대준 미술가(수원미술협회 이사)는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공공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생계유지의 어려움으로 전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예술인 43%는 창작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없고, 예술인의 69%는 ‘소득 불안정으로 예술인 전업을 포기했다”며 “경제적 이유로 창작 기회가 박탈되고 예술의 다양성과 깊이가 저하되면 결국 문화를 향유하는 사회 공공재가 훼손되고 국민 삶의 질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실시를 위한 대토론회' 토론에 앞서 토론자들이 촉구안을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박성현 경기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오연 SPA현장예술가, 이동숙 미술가(수원미술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시인), 이창세 미술가 및 박영철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 상임대표가 토론에 나섰다.

이동숙 작가는 “수원지역의 수많은 미술전시관 등 다양한 문화예술공간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지만 이를 지탱하는 예술가의 노력은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궁극에는 미술관은 존재하지만 미술인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명희 작가는 지역을 이끄는 문화예술인의 가치와 이를 지탱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정 작가는 “코로나 때도 소외됐던 예술인들을 위한 관심이 예술인 기회소득으로 숨통이 트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의회에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 지역에는 유독 원로 작가들이 많은데 90세가 넘은 고령 작가가 젊은 작가는 낼 수 없는 수원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수원의 역사를 녹여낸 시집, 수필집을 내고 있다. 이처럼 좋은 글을 많이 생산해내고 공표하는 일은 문화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이들은 개인 사무실은커녕 출판비조차 낼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반대로 젊고 유수한 인재들은 서울 등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 대한 수원의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종구 시인이 수원시의회의 조례안 상정 및 통과를 요구하는 촉구문을 선창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이창세 작가는 예술에는 재정적인 기반이 필수적인 현실을 가리켰다. 이 작가는 “수원이 화성이라는 문화유산을 가진 도시가 될 수 있던 데에는 사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정조의 의지와 이로 말미암은 과학과 예술이 응축한 산물이 밑바탕”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수원예술인은 생계에 짓눌려 다른 경제적인 활동을 이어나가지 않을 수 없다. 200년 후 수원화성만 존재하는 수원특례시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영철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지난해 도내 예술인 기회소득이 실시되지 않는 4곳 중 3곳이 ‘특례시’”라며 “수원의 특례시가 출범되며 수원시의회는 많은 혜택을 받았고, 정부로부터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 받아 5년간 200억이라는 예산을 받게 됐지만 정작 문화예술인들이 창작물을 만드는 상황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조례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촉구문을 함께 제창했다. 범예술인 행동은 2월 예술인 기회소득 조례안의 시의회 상임위 통과 및 본회의 상정을 목표로 오는 25일 상임위에 조례안 통과를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서명 및 입장문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조례안 통과를 촉구하는 지역 예술인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잇따를 예정이다. 오는 27일 수원민예총은 정기총회에서 기회소득 조례안과 관련한 입장문을, 다음 달 2일엔 수원예총이 입장문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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