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이면엔 친윤 vs 韓 ‘공천 신경전’… 중진들 대책 고심

조병욱 2024. 1. 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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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서 당정 갈등
TK 의원들 회동 추진했다 취소
“당정 논의 노출, 여론몰이 안 돼”
단톡방 기사 공유한 이용 저격도
韓·친윤 갈등 속 김경율 사천 논란
김건희 리스크 계기로 폭발 분석
김영선 “韓, 개인 이탈 책임져야”
공관위원장 “韓, 절차적 약간 오버”
지난달 지도부 붕괴를 겪은 국민의힘이 한 달 만에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정치권에선 당 기득권 세력인 친윤(친윤석열)계와 자신의 세력 구축을 시도하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의 신경전이 빚어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당내에서는 갈등 봉합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는 가운데 친윤계와 한 위원장 사이의 갈등 봉합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사회자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격랑에 빠진 與… 사태파악 분주

‘당·정 갈등’에 직면한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22일 하루 종일 사태 파악에 분주했다. 김경율 비대위원으로부터 비판받았던 TK(대구·경북) 의원들은 이날 긴급 회동을 추진했다가 취소하는 등 당의 혼란한 상황이 그대로 노출됐다. 전날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은 ‘이날 오후 3시 경북 지역 의원들과 긴급회의’를 예고했다. 그는 “최근 정국 상황과 관련해 의원들의 고견을 듣고자 부득이 긴급회의를 소집하오니 꼭 참석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여론의 관심이 쏠리자 TK 회동은 취소됐다. 송 의원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 진정성을 못 알아 줄 수 있고,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당 중진들도 하루 종일 서로 통화를 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중진들도 서로 소통을 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데 자칫 목소리를 냈다가 갈등을 조장하게 될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3선 안철수 의원(경기 분당갑)도 “당·정 간 충돌 당장 멈춰야 한다”며 “총선 79일 앞둔 충돌은 백해무익하다”고 했다.

◆갈등 본질, 친윤계 VS 한동훈

당 안팎에서는 전날 대통령실의 퇴진 요구 이전부터 친윤계와 한 위원장 사이에 촉발된 갈등이 이번 사태로 표출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최초 갈등은 한 위원장 취임 직후 친윤계와 영입인재 선정 등 인사 문제를 두고 시작됐다”며 “그때부터 쌓여온 갈등의 골이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으로 불거졌고, 결국 ‘김건희 리스크’를 계기로 촉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은 한 위원장 사퇴 논란과 관련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권은 다양한 이야기가 많다”며 “의원들 개인들 의견도 있고, 거기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질문에는 “그건 몰카 공작”이라며 “여러 바람직하지 못한 일 발생했는데 그걸 갖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라 하는 건 개인적으로 생각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뉴스1
당 내에서는 친윤계를 겨냥한 발언도 이어졌다. 장동혁 사무총장(충남 보령·서천)은 KBS 라디오에 나와 “당과 대통령실의 논의 내용이 정제 과정 없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이를 의원 단톡방에 올려 그것이 당 전체 의사인 것처럼 여론을 형성해나가고, 결국은 당의 결정이 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건강한 방법도 아니다”라고 했다. 전날 친윤계 이용 의원(비례대표)이 국민의힘 의원 단체대화방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공천 행태에 실망해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날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도 이 의원의 대화방 글에 대해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사이를 이간질하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비판했다.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갑)은 한 발 더 나가 “한 위원장 사퇴에 반대한다”며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손잡고 국민 앞에 용서를 빌면 어떨까”라고 주장했다.

◆총선 D-79, 갈등 대신 봉합으로 갈까

일각에선 친윤계를 중심으로 의원총회를 열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다만 친윤계 내에서도 한 위원장의 사퇴를 두고는 비둘기파와 매파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친윤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갈등이든 오해든 잘 소통해서 푸는 게 우선”이라며 무조건적인 사퇴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총선이 79일 남은 상황에서 본인들이 옹립한 한 위원장을 또다시 끌어내릴 경우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다.
신평 변호사. 뉴스1
당 안팎에서는 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과거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스스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고, 5선 김영선 의원(경남 창원의창구)은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의 중간평가”라며 “한 위원장은 개인 이탈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1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한편 이번 총선 공천의 키를 쥔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공개 지지한 데 대해 “절차적으로 약간 오버한 면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 위원장이 좋은 목적, 선거 승리를 위해 장수를 배치한 것 아닌가”라며 “그건 비대위원장이 아닌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활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재 영입을 많이 하고 배치하는 건 좋은데, 형식 부분에 관해 공관위 업무까지 이렇게 (침해) 되는 것으로 오해하면 ‘사천’이란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조병욱·유지혜·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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