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산재 불승인…질병판정위는 법·조직 목적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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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안정성.
업무상 질병을 당한 73살 재해자 ㄱ씨의 법적 안정성은 최근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의해 훼손됐다.
그런데 질병판정위는 "신청인의 상병 정도가 경미한 수준으로 신청인의 연령대에서 통상 관찰되는 자연경과적 변화 수준으로 보여 신청인의 상병 정도와 연령을 고려할 때,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참석한 위원들의 다수 의견이다"라며 불승인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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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문성근 | 노무법인 안정 대표 공인노무사
법적 안정성. 법률용어사전을 보면 ‘사회의 여러 사람들이 법에 의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산재 근로자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 등 미리 정해진 규정에 따라 법적 안정성을 보장받고 있다.
업무상 질병을 당한 73살 재해자 ㄱ씨의 법적 안정성은 최근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의해 훼손됐다. 좌·우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2, 3기)을 이유로 업무상 질병을 청구한 ㄱ씨는 40살부터 71살까지 배관공으로서 일했다. 그런데 질병판정위는 “신청인의 상병 정도가 경미한 수준으로 신청인의 연령대에서 통상 관찰되는 자연경과적 변화 수준으로 보여 신청인의 상병 정도와 연령을 고려할 때,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참석한 위원들의 다수 의견이다”라며 불승인 처분했다.
과연 ㄱ씨의 상병이 경미한 수준으로 연령대에서 통상 관찰되는 수준일까?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것일까? ㄱ씨의 무릎 관절염은2, 3기에해당한다. 질병관리청이 2010~2013년 50살 이상 골관절염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2기 이상 무릎관절염 유병률은 70대 이상에서 10.4%이며 도시 거주자보다 농촌 거주자가 약 1.6배 높게 나타났다. 즉, 2기 이상 무릎관절염은 자연경과적 변화 수준이 아니고, 무릎 부담이 많은 경우 유병률이 높은것으로 보인다.
과연 ㄱ씨의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 인과관계가 없을까? 근로복지공단의 근골격계 질환 업무지침에는 ‘배관공으로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에게 일을 중단한 이후로부터 1년 이내에 반월상 연골파열이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와 상병 사이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고용노동부 고시(제2022-40호) 내용에 따른 것이다. ㄱ씨는 21년1개월 동안 배관공으로 일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5년을 훨씬 초과하므로 직업력은 충족한다. ㄱ씨의 무릎 관련 통증은 언제부터 발생했을까? 요양 내역을 보면, ㄱ씨는 61살인 2013년부터 통증을 느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배관공으로서 10년을 더 일했다.
한편, ㄱ씨와 동일한 사업장에서 동일한 배관공 업무를 12년4개월 동안 수행한 67살 ㄴ씨의 양쪽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됐다. 웃기지 아니한가? 동일한 작업을 12년4개월 동안 수행한 ㄴ씨의 상병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놓고, 21년1개월 동안 수행한 ㄱ씨의 상병은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행정청이다. 행정청은 어떤 결과를 내놓을 때(행정작용), 국민을 차별 없이 대우해야 하는 평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는 행정청의 평등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며 ㄱ씨의 법적 안정성을 매우 저해했다.
최근 질병판정위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불승인을 내려 산재 근로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를 보면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는 산재 근로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제1조 목적과 질병판정위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상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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