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나와 어울릴만한 옷 알아서 코디 추천… AI로 패션 고민 풀어요"

전혜인 2024. 1. 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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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스타일봇 대표
'취향 맞춤스타일' 실시간으로 생성
가상의 피팅솔루션 '제니핏'도 제공
20년 넘는 디자이너 경력 바탕 창업
B2B·하드웨어 기반으로 사업 확장
김소현(오른쪽) 스타일봇 대표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열린 CES 2024 현장에서 스타일봇이 적용된 스마트미러를 설명하고 있다. 스타일봇 제공
김소현 스타일봇 대표. 스타일봇 제공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의 가전·IT 전시회인 CES가 열린다. 당초 소비자가전(CE) 중심의 신제품 발표 등이 주였지만 기술이 발전하며 최근엔 모빌리티를 비롯해 첨단 기술이 가장 먼저 선보이는 행사가 됐다.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뿐 아니라 도시 곳곳의 특급 호텔과 전시장에선 테마에 따른 신기술과 제품이 관람객들을 끌어모은다.

특히 LVCC에서 2.6㎞ 떨어진 베네시안 엑스포에서 열리는 '유레카 파크'는 전 세계에서 돋보이는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이 참가해 미래 투자자이자 소비자인 참관객들에게 회사를 소개하는 자리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자사가 지원하는 스타트업을 글로벌 무대에 소개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로 이곳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열린 올해 'CES 2024' 취재 기간 중 유레카 파크를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김소현(사진) 스타일봇 대표는 "전시에서 많은 분들로부터 '이런 서비스를 찾고 있었다', '꼭 쓰고 싶은 서비스'라는 반응을 들으면서 사업을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갈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스타일봇은 인공지능(AI) 기반의 패션 스타일링 플랫폼으로, '스타일봇' 이름의 서비스 앱을 운영하고 있다. AI기술을 활용해 브랜드 상품을 착장의 형태로 추천하는 스타일봇만의 알고리즘이 적용된 방식이다.

스타일봇은 크게 두가지 서비스로 구성된다. 유저들이 앱에 있는 가상의 디지털 옷장에 자신의 옷을 촬영해 올리면, AI가 해당 이미지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 옷의 특성을 파악한다.

유저를 16가지 취향그룹으로 나누고 원하는 옷을 선택하면 취향에 맞게 다양한 스타일을 내 옷끼리, 또는 내 옷과 상품을 섞어서 실시간으로 다양하게 생성해 낸다. '제니스픽'이라는 이름의 AI코디 추천이다. 또 이렇게 추천한 옷을 직접 입어보기 전에 아바타에게 입히는 가상의 피팅 솔루션 '제니핏'도 제공한다. 피팅을 통해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옷도 입혀볼 수 있다. 온라인을 이용한 패션 쇼핑이 대중화되고 있는 가운데 의류 쇼핑과 매일의 코디 선택까지 소비자의 편리성을 강화하는 솔루션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19년 스타일봇을 창업한 김 대표는 시슬리와 쥬크, 잇미샤 등 여성복 영캐주얼 브랜드를 중심으로 20년 넘는 디자이너 경력을 가지고 있다. 현장에서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축적해오면서 패션이 제조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하는 트렌드를 느끼며 창업을 결정하게 됐다.

김 대표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패션산업의 브랜드들이 새로운 기술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됐다"며 "4차 산업에서 새로운 흐름은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필요로 하고, '내일 뭐 입지?'라는 일상의 질문을 도메인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패션과 테크를 접목한 스타트업들이 여럿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스타일봇은 사업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다양한 액셀러레이터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R&D(연구개발) 우수 판정을 받았고, 2022년에는 국내 유망한 AI 스타트업 100개사를 뽑는 'AI 스타트업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같은 해 구글의 '창구' 프로그램 4기와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 과제로 선정됐다. 이듬해인 2023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전시회에 참가했으며,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에도 선정되며 올해 CES 참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는 "시장의 니즈를 발견했지만 딱 맞는 솔루션을 뾰족하게 찾아내지 못했을 때 벤처캐피탈과 멘토들의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며 "다양한 산업군에서 우리 제품을 찾게 되는 니즈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 집중했고 방향성을 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스타일봇은 사업성을 강화하기 위해 B2C(기업 대 개인)를 넘어 B2B(기업 대 기업)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대표 패션기업의 하나인 한섬은 더한섬닷컴 서비스에 스타일봇의 개인별 가상착용 서비스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서비스를 확장해 하드웨어 기반의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CES 2024 현장에서 만난 스마트미러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이 아닌 거울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유저가 직접 거울로 옷을 확인하고 코디를 더 쉽게 할 수 있다. 제품 형태의 서비스가 가능해질 경우 스마트홈이나 아파트 드레스룸 등 빌트인 형태의 B2B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CES에서 세계적 명품 그룹인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에서 스타일봇 부스를 찾아 LVMH가 주관하는 스타트업 선정 프로그램 'LVMH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번 CES에서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제품을 소개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며 "실리콘밸리 투자사나 글로벌 패션 기업들로부터 지원받아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가속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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