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김건희 성역화’…윤·한 ‘미묘한’ 차이에 과잉대응

유정인 기자 2024. 1. 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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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1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면 충돌에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미묘한’ 시각차가 방아쇠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응을 요구하는 발언을 한 지 사흘 만에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전해졌다. 김 여사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투명한 대응과 조금의 비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식의 과잉 반응이 여권 내홍의 진원지가 되면서 여야 정치권 안팎에선 ‘김건희 성역화’ 비판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1월 말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5개월째인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를 따로 만나 명품 가방을 선물받는 영상이 공개된 이후 두 달 가까이 공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답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비공식적으로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해당 목사가 의도적으로 접근해 불법 촬영한 것이 사태의 본질’이라는 목소리를 내왔다.

대통령실은 최근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한 위원장도 이에 가세하자 ‘함정에 당한 것’이라는 입장을 ‘관계자발’로 재차 밝힌 바 있다. 김 여사 역시 지난달 중순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공개 활동에 일절 나서지 않으면서 ‘로우키’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불투명한 대응 기조는 점차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22일 현재까지 신년 기자회견을 열지 않고 방송사와의 대담을 검토하는 것에도 김 여사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안 문제와 명품백 수수 사건 등을 두고 ‘불편한’ 질문들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과의 충돌 사태에도 김 여사 의혹 대응법에 대한 시각차가 깔린 것으로 해석되면서 ‘김건희 리스크’의 파장은 점점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직접 발표해 공천 공정성에 의구심을 불러온 점을 이번 충돌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김 위원이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며 공개 사과를 요구한 인물이라는 점에 비춰 결국 ‘김 여사 사과 요구’가 방아쇠가 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처럼 ‘공개 사과’를 명시해 요구하진 않았다. 지난 18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가 “함정 몰카(몰래카메라)”라면서도 “전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고, 걱정하실만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공식적인 방식으로 매듭지을 것을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 위원장은 사퇴 요구를 거부한 뒤 국회로 처음 출근한 이날 기자들에게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 발언은 그간 여권 주류가 밝혀온 ‘명품 가방 수수 = 몰카(몰래카메라) 공작’, ‘김 여사 주가주작 의혹 특검 = 총선용 악법’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국민의 눈높이”를 주장하면서도 여론의 지지가 높았던 특검법에 대한 수용이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방안 등은 말하지 않았다. 진상 규명 등 본질적 부분이 아닌 ‘공개 사과와 해명’을 사태를 매듭짓는 방법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읽힌다. 60% 이상의 국민들이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진 해법이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도 대통령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응 방식 문제가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김 여사가 성역화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당무 개입의 이유가 국민적 의혹의 중심에 선 김 여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이해충돌”이라며 “배우자의 불법행위를 무마하기 위해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부족해 여당의 당무에 개입한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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