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공화당 양원 장악 대비 경영전략 다시 짜야" [통상 전문가 제언]
"트럼프 리스크 현실화 우려
전기차 산업 불확실성 고조"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
"美 통상정책 변화 주시하며
대미투자 속도 조절 필요"
안총기 김앤장 고문
"한국기업 이익 지키기 위해
민주·공화 양측과 소통 확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상·하원 양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는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대미투자 속도를 조절해 가면서 미국의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시기다."
국내 대표 통상·산업계 전직 관료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최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전개한 배터리·전기차·반도체 등 일명 '배전반' 업종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고, 상·하원 양원을 모두 공화당이 차지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경영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바이든·트럼프 양 대선 캠프의 최고위급까지 접근 가능한 수준의 소통채널 확보도 중요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의회 변수 중요…배·전·반 업종 긴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를 지낸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는 22일 기자와 통화에서 "기업들이 물건만 만들어서 파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정학적 갈등,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기업들도 일본·유럽 기업처럼 대미 로비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전 대사는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대선 공약집인 '어젠다 47'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하고, 전기차 전환 대신 내연기관차 산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관련 산업에 불확실성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 정치구조 특성상 의회를 어느 당이 장악하는지도 주목해야 할 변수"라면서 "대선뿐만 아니라 11월 5일 함께 치러질 상·하원 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의 흐름과 영향 역시 시나리오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배전반 업종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차지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 우선주의 강화, IRA 폐기 및 수정, 재정지출 축소 등 강력한 정책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미무역 흑자국인 한국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차지하면 정책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최 고문은 "법을 폐기하지 않더라도 의회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정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을 구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과거 공화당 정권(조지 부시 대통령)이었던 2006년 상·하원을 장악한 미국 민주당이 막바지에 접어든 한미 FTA 협상에 사사건건 개입했던 예가 있다"면서 "의회 변수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기차산업 냉각 가능성"
이달 대미 아웃리치 사절단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미국 대선 후 IRA 폐기 가능성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도 IRA를 통해 한국 기업이 대미투자를 집행, 일자리를 상당부분 늘렸다는 점에서 폐기 가능성 자체는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성공 시 관련 산업이 냉각되고, 미국 전기차 시장의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현재로선 기업들이 미국 대선에 따른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속도를 조절해 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협에 따르면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측은 "한국이 미국 경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미국 경제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 미국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이 미국의 첨단산업 발전·고용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총기 김앤장 고문(전 외교부 차관)은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액이 최고에 달한 만큼 한국 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민주당·공화당 양당 및 각 선거캠프 인사들과 접촉을 늘리고, 가능한 한 고위급까지 소통채널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책 변화 가능성이 큰 만큼 정확한 분위기와 흐름을 읽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고문은 "중요한 것은 오판을 막는 것이며, 동시에 개연성 있는 상황에 대해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대미투자가 확대되면서 미국 정가와의 소통채널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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