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장 한자리에… "尹대통령과 소통 핫라인 필요"
박형준 협의회장 첫 회의 주재로
교육재정·지방소멸 등 머리맞대
"지역현안 중앙서 막힐 때 많아
재정낭비 없도록 자립도 높여야"
전국 시·도지사들이 '총선의 해'인 갑진년에 처음 가진 모임에서 지방행정 중요 의결안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도에 중요한 의결안건들이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중앙부처의 장벽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유다.
그동안 전국 지자체들은 올해 중앙정부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각종 지방예산을 역대급으로 대폭 삭감하면서 불만이 쌓여왔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지방교부세를 올해 대비 11.3% 대폭 삭감했고, 교육부는 내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9.1% 줄였다. 행안부의 올해 지방교부세는 전년대비 8조원 이상 삭감됐다. 교육부가 책정한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전년대비 6조원 이상 감소했다.
22일 새해 처음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집결한 전국 시도지사들은 그동안 중앙지방협력회의 안건으로 추진 중인 △자치조직권 확충 △교육재정 합리화 △특별지방행정기관 기능 정비 등에 대한 의견을 거침 없이 쏟아냈다. 또한 △기준인건비제도 보완 △중앙투자심사제도 개선 △지역 공공의료체계 강화 △자치경찰제 강화 등 새로 상정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지방소멸 및 인구감소의 억제를 위해 가칭 '인구지역균형발전부' 신설도 정부에 제안했다. 진척이 없는 인구 대책을 합리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논의된 지방 안건은 구체적 내용을 확정하고 중앙 부처와 협의를 통해 향후 대통령 주재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박형준 시도지사협의회장(부산시장)은 이날 지역 균형발전 재정 확충과 지원을 강조하며, 지방재정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17개 시·도가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수도권 일극주의와 초저출산 가속화 등으로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길을 찾지 않으면 소멸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17개 시·도가 지역균형발전에 한 목소리를 내고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해 기준인건비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가 기준 인건비 초과에 따른 벌칙을 받는 만큼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시도지사들의 모임을 비공개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올해는 각 시도시자들이 중앙정부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대통령 직보 시스템 마련돼야
대통령과 지방행정 신규 정책을 두고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소통창구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협의회 의결 안건의 대정부 관철 절차의 원활화를 요구했다. 김 지사는 이날 "특별행정기관 지방 이관 등과 같은 중요한 안건이 중앙지방협력회의 실무협의회에서 중앙부처의 반대나 지연으로 사장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재의결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시스템 및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방자치단체 재원은 시·도 정책 위한 재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지사는 지방자체단체 재원 중 상당 부분이 중앙정부 정책 매칭 예산으로 사용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권한만 이양하고 재원은 이양하지 않는데, 이를 개선해 지자체의 재정은 시·도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또 "2021년부터 자치경찰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국가경찰과 자치경찰간 이원화가 확실하게 되지 않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자치경찰의 신분·재정·책임·권한 등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전액 지방비로 추진하는 사업도 행안부의 타당성 심사를 거쳐야만 하는 중앙투자심사제도는 지방재정의 자율성을 제약한다"며 "시도협 차원에서 기준 개선을 위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역경쟁력 강화 및 국가균형발전에 핵심 기반이 되는 광역철도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광역철도 건설비 국비 지원 확대(70%→100%)와 운영 손실비의 국비 지원 등 광역철도 운영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대통령 지역 공약을 전국 지방자치단체끼리 경쟁하는 공모 사업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지사는 "대통령 공약을 공모로 진행하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준비하는 공무원들이 다른 일을 못 하는 등 행정력 낭비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시도지사가 이런 내용을 합의해 정부에 입장을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지역 국립의대 신설 요청
김영록 전남지사와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역 공공 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지역 국립의대 신설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국립의대가 없는 지역은 충남과 전남, 경북 등 세 곳뿐"이라며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통해 세 곳에 먼저 국립의대를 신설하고 나머지는 기존 의대를 확대·보완하는 방향으로 시도지사협의회에서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또 "사업을 추진하면서 용역과 중앙투자심사 등을 거치면 시도지사 4년 임기 내 첫삽을 못 뜬다"면서 전액 지방 재정 사업은 중투심사에서 제외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시도지사 협의회에 참석,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김 지사는 "시도지사 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올림픽 기간 중 시간을 쪼개 달려왔다"고 언급한 뒤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의 성공을 위해 총력을 다해 노력 중인데 두 가지만 도와달라"며 시도지사에 적극적인 협조를 구했다.
그는 "지난 주말 강릉에 40㎝에 달하는 폭설이 내려 도내 장비 700여대를 총 투입해 대비했으나 조만간 폭설이 예고된 만큼 이 이상의 폭설이 내릴 경우 시도 차원의 장비 지원을 부탁드린다"며 행정력 지원을 요청했다. 이어 "대설, 한파로 인해 가장 큰 문제점은 노쇼인데 각 시도 직원들이 올림픽 기간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시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 후 개최될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오는 2~3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김기섭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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