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통신 장비로 다시 일어선 노키아 페카 룬드마크 사장 겸 CEO | “AI로 통신 장애 줄어들 듯…올해 5G 어드밴스드 등장”
“5G(5세대 이동통신)를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5G는 아직 상대적으로 기술 주기의 초기 단계에 있고, 앞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디바이스와 애플리케이션이 나올 것이다. 2024년에는 5G 어드밴스드(Advanced 5.5G·기존 5G 대비 10배 빠른 초당 10Gbps 다운로드가 가능한 차세대 5G 서비스)가 등장해 기차나 비행기 등 고속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연결할 것으로 보인다.”
페카 룬드마크 노키아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월 2일 서면 인터뷰에서 “5G 통신망이 상용화됐지만, 일반 소비자는 LTE(4세대 이동통신)와 체감하는 차이가 크지 않다고 주장하는 걸 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룬드마크 CEO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건 2020년 9월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노키아는 2010년까지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 업체였지만,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밀리면서 2013년 휴대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하고, 이후 통신 장비 사업에 집중해왔다.
노키아는 2023년 전 세계 5G 통신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28.7%), 에릭슨(15%)에 이어 점유율 14.9%로 3위를 기록했다. 5G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대규모 다중입출력(Massive MIMO)을 개발해 5G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에서 경쟁사 대비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규모 다중입출력은 여러 개의 송수신 안테나를 사용해 통신망이 도달하는 범위(커버리지)를 넓히고 속도를 높이는 기술 및 구조를 말한다. 다음은 룬드마크 CEO와의 일문일답.
통신 장비 업체 노키아에 대해 소개해 달라.
“노키아는 150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통신 기업이다. 소프트웨어, 엔터프라이즈 및 인프라 솔루션을 포함한 유·무선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5G 기반 기술이 된 대규모 다중입출력 기술을 발명(2014년)했고, 달에서 인류 최초로 무선 네트워크 구축 작업(2020년)을 시작했다. 노키아의 혁신 동력은 노키아 벨 연구소에 있다. 노키아 벨 연구소에서는 1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현재 노키아 제품과 서비스는 전 세계 40억 명이 쓰고 있다.”
통신 장비 시장이 왜 중요한가.
“노키아는 통신 장비 공급사다. 소비자와 기업이 온라인에 접속해 서로 통화하고, 생활을 디지털화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의미다. 한국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가 노키아의 주요 고객사다.
또 업무의 디지털화(DX)를 원하는 제조 업체나 에너지 기업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한 기업형 기술 판매 비중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노키아는 다양한 네트워크와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다. 크게 무선통신을 담당하는 모바일 네트워크, 유선통신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인프라, 클라우드를 비롯한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클라우드 및 네트워크 서비스 부문으로 나뉜다.”
통신 장비 시장에서 노키아의 장점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 노키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유·무선 네트워크 솔루션에서 기술 차별화를 하고 있다. 5G를 비롯한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 표준을 정립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 노키아 벨 연구소는 다가올 10년을 대비해 6G(6세대 이동통신)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단일 광섬유 통신의 근본적인 한계에 빠르게 봉착하면서 광통신 시스템의 다음 단계를 모색하고 있다. 노키아는 2만여 개의 특허(IP·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노키아는 거의 모든 모바일 디바이스에 사용되는 기반 기술을 정의하고 개방형 표준화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000년 이후 1400억유로(약 203조원)를 연구개발비로 투입한 덕분이다. 스마트폰, 생활가전, 사물인터넷(IoT) 개발에 노키아의 특허 기술이 활용됐다.”
2019년 5G가 상용화됐지만, 일반 소비자는 LTE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차세대 통신 서비스의 개발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5G를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5G는 아직 상대적으로 기술 주기의 초기 단계에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디바이스와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것이다. 5G 중대역(3.5~6㎓)은 대량의 데이터를 장거리로 전송할 수 있어 5G에 가장 적합한 주파수 대역이다. 이에 맞춰 시장도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반면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중대역 5G 기지국 설치가 완료된 곳은 25%에 불과하다. 이는 5G의 잠재력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5G 기술이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5G 기술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 보는가.
“5G 기술은 여전히 발전하고 지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디바이스 생태계나 시장이 그렇듯이 5G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모든 국가에서 5G 네트워크가 한국만큼 구축된 건 아니다. 전 세계에서 5G 네트워크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5G를 지원하는 디바이스 출시가 늘어나면서 생태계가 더 성숙해질 것이다.
2024년에는 최초의 5G 어드밴스드 네트워크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5G 어드밴스드는 완전히 새로운 세대의 모바일 기술이 아니라 5G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모든 종류의 스마트 연결을 향상시키고 기차나 비행기 등 고속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연결할 것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훈련 및 교육 분야에 상용화될 고도의 실감형 양방향 애플리케이션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6G 상용화를 위한 기술 경쟁이 시작됐다고 한다. 6G는 무엇인가.
“6G는 5G(5G 어드밴스드 포함) 네트워크의 후속 기술이다. 6G 네트워크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용량을 제공하며, 동일한 양의 에너지로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6G의 장점 중 하나는 사용자의 위치를 더 정확하게 확인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디바이스가 주변 환경과 더 자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과 현실 세계, 디지털 세계가 하나로 융합될 수 있다. 우리가 생활하고 일하고 지구를 돌보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일반 소비자가 5G를 통해 경험하는 모든 네트워크 연결이 6G에서는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 차세대 모바일 기술은 속도만으로 정의되는 게 아니다. 기술은 소비자와 산업에 더 높은 유연성, 안정성, 용량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커넥티드 디바이스의 숫자와 유용성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이런 발전이 사람들이 6G에 기대하는 것이다. 단순히 휴대폰에 동영상을 더 빠르게 다운로드하는 걸 넘어 주변 환경과 매끄럽고 몰입감 있게 연결될 수 있다.”
올해 전 세계 통신 산업의 트렌드는 무엇이 될 거라 전망하는가.
“한국에 비해 통신 네트워크 발전이 늦은 국가에서 5G 도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서도 모든 지역에서 안정적인 5G 광대역이 제공되는 게 아닌 만큼 5G 광대역 투자는 이어질 수 있다. 2023년부터 거대 트렌드로 떠오른 인공지능(AI)은 통신 분야에서도 다양한 서비스와 접목해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가령 에너지 및 물류 부문에 AI를 적용할 경우 산업용 로봇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생산성을 높일 것이다. AI는 기업 활동을 통해 수집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감지하고 분석해 활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AI 기술 도입으로 통신 장애 발생은 줄어들 것이며, 통신 서비스 성능은 최적화를 거쳐 더욱 안정화될 것이다. 이는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