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기차 렉서스 RZ450e | 울컥거림 없는 부드러운 승차감이 강점
렉서스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첫 전기차 RZ450e를 국내에 출시했다.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림이 없는 부드러운 승차감이 장점으로 느껴졌다.
RZ450e는 도요타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에서 설계됐다. 앞서 국내에 출시된 렉서스 전기차 UX300e는 내연기관 UX의 뼈대를 바탕으로 만든 파생 모델이었다. 전용 플랫폼에서 개발한 전기차는 모터와 배터리를 맞춤으로 배치하고, 내연기관 부품이 사라진 공간을 실내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렉서스는 “e-TNGA로 낮은 무게중심을 구현해 고속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동시에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RZ450e 크기는 길이 4805㎜, 너비 1895㎜, 높이 1635㎜로 기아 쏘렌토와 비슷하다. 전고를 일반적인 SUV보다 낮게 설계해 외관에서도 무게중심이 낮은 것이 느껴진다.
역동적이고 강렬한 디자인
디자인은 렉서스의 새로운 디자인 기조인 ‘스핀들 보디’를 중심으로 한다. 렉서스의 전통적인 패밀리룩(통일된 디자인)은 모래시계 모양의 ‘스핀들 그릴’이다. 전기차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불필요한데, 렉서스는 헤드램프 아래쪽 모래시계 테두리를 검은색으로 칠해 전기차에서도 스핀들 모양을 구현했다. 이를 스핀들 보디라고 명명한다. 스핀들 보디는 렉서스(LEXUS)의 ‘L’을 상징하는 헤드램프 속 주간 주행등과 함께, 멀리서도 한눈에 렉서스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한다. 차체 전반에 역동적인 선이 많아 디자인이 강렬하다.
좌석에 앉으면 고급 차에 탑승한 느낌이 곧장 든다. 내장재를 스웨이드로 마감했다. 스웨이드는 동물의 가죽 뒷면을 가공한 것으로, 촉감이 부드럽다. 시트와 도어 트림(차 문 안쪽) 등 손이 닿는 대부분의 영역을 스웨이드가 감싼다. 가죽으로 마감한 스티어링 휠(운전대)도 촉감이 좋다. 중앙 디스플레이 화면은 14인치로 가시성이 좋고, 전반적인 인테리어가 간결하고 정갈하다. 다만 기어노브(기어를 바꾸는 손잡이)와 컵홀더 주변 나뭇결 마감은 다소 고지식해 보이고, 계기판은 7인치로 작다. 계기판에서 배터리의 잔량을 정확한 숫자로 볼 수 없고, 내연기관차의 기름 게이지처럼 막대기로만 표출한 것도 어색하다. 주행 모드를 에코, 노멀, 스포츠 등으로 바꾸는 물리적 버튼을 없애 중앙 디스플레이 화면을 거쳐야 하는 점은 아쉽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22L, 뒷좌석을 접으면 1451L다. 뒷좌석을 접지 않고 골프백 네 개를 실을 수 있어 활용성이 높다. 실내 천장에 개방감을 극대화한 대형 파노라믹 루프를 장착했다.
아쉬운 회생제동 기능
RZ450e는 전륜 모터가 150㎾, 후륜 모터가 80㎾의 출력을 낸다. 사륜구동으로 움직인다. 합산 312마력의 최고 출력과 44.4㎏·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공차 중량은 2090㎏이다.
제원상 출력이 높지만, 스포츠 성향보다 컴포트 성향을 지향하는 서스펜션으로 주행 승차감은 부드럽고 푹신했다.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림이 없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릴 때 실내 안정감이 우수하다. 고속 주행에서 외부 소음의 유입을 차단하는 실력도 최상급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나타나는 발진감도 부족함이 없다. 가상 엔진음을 내는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은 다른 전기차들이 내는 가상 엔진음보다 자연스럽다.
RZ450e는 렉서스의 사륜구동 기술 다이렉트4(DIRECT4) 시스템을 바탕으로 회전 구간에서 부드럽게 코너를 돌아 나간다. 다이렉트4는 가속력과 조향 각도, 주행 모드 등 정보를 바탕으로 앞바퀴와 뒷바퀴의 출력 배분을 100 대 0에서 0 대 100(전 대 후)까지 정밀하게 조정한다. 코너링 시 전후방의 구동력을 최적으로 배분해 핸들링 안정성을 높인다.
렉서스의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은 똑똑하게 작동했다. 운전자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직접 밟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앞 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하는 기능이다. 타 브랜드의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비교했을 때, RZ450e는 크루즈 컨트롤에서도 가감속이 부드러워 만족스러웠다. 앞차를 황급히 쫓기보다 승차감을 우선하며 주행한다. 주행 차선을 중앙으로 유지하는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와 함께 장거리 주행 또는 정체 구간에서 운전의 피로를 낮춰 준다. RZ450e는 DRCC와 LTA를 기본 탑재한다.
회생제동(감속 시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을 다루는 기술은 기대에 못 미쳤다. RZ450e는 회생제동을 0단계에서 4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0~3단계는 0단계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변화가 미미했다. 4단계에선 갑자기 강도가 커진다. 회생제동 4단계에서 가속페달을 밟던 발을 최대한 살살 떼도, 감속이 예상보다 급격해 승차감을 해친다. 서서히 감속하며 가속페달 하나로 가감속을 수행하는 ‘원 페달 드라이빙’은 불가능하다.
연료 효율이 준수한 만큼 회생제동을 생각하지 않고 달린다면 안락하고 편안한 전기차로 활용할 수 있다. RZ450e의 복합 전비는 5.4㎞/㎾h다.
1회 충전으로 377㎞ 주행
RZ450e는 71.4㎾h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으로 최대 377㎞를 주행한다. 충전은 DC콤보 급속과 AC 단상 완속을 지원한다. UX300e는 DC차데모(CHAdeMO·일본식 급속 충전 시스템)를 충전 규격으로 택했는데, RZ450e는 국내 표준인 DC콤보 방식이라 어디서든 충전이 편리하다. 급속 충전 시 배터리 잔량 30%에서 80%까지 약 30분이 걸린다. 다만 충전구가 앞바퀴 쪽에 위치해 후면 주차가 일반적인 국내에선 활용이 불편해 보인다.
RZ450e 럭셔리 트림은 앞좌석·뒷좌석 열선 시트, 앞좌석 통풍 시트, 열선 운전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의 편의사양을 갖췄다. 10개의 스피커를 탑재한 파나소닉 사운드 시스템으로 생생한 음향을 낸다. 애플 카플레이는 유·무선 연결이 가능하지만, 안드로이드 오토는 유선 연결만 가능하다. RZ450e 럭셔리 트림의 가격은 9250만원이다. HUD와 뒷좌석 열선, 스웨이드 마감 등 일부 옵션이 빠진 수프림 트림의 가격은 848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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