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카타르·UAE에 부는 스마트팜 바람] 식량 안보·녹색혁명…두 마리 토끼 노리는 중동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급망 훼손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에 따른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은 중동 국가의 안보 불안요인이 됐다. 곡창지대가 부족한 중동 국가들은 곡물과 과일, 채소류를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세계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면, 이들 국가는 막대한 국부를 식량 수입에 써야만 한다. 그동안은 기후 환경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최근 기후 의존성이 낮은 스마트팜 기술이 보급되면서 이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꿈이 현실로…사막의 식량 공급처 된 ‘스마트팜’
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3 도하 원예 세계박람회(EXPO)’의 핵심 의제 역시 식량 안보였다. 2023년 12월 13일(현지시각) 방문한 박람회장의 주 전시관인 ‘카타르관’ 중앙엔 높이 7.3m의 초대형 수직 농장이 세워져 있었다. 이 시설은 엽채류 식물부터 화훼 작물까지 다양한 식물을 수경 재배로 키우는 스마트팜 설비다. 식물에 꼭 필요한 빛은 발광다이오드(LED)로 조사한다. 빛은 각 식물의 생장 최적 조건에 맞춰 조절된다. 아랍에미리트(UAE) 경제 중심지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 현장에서도 다양한 스마트팜 기술을 만날 수 있다. 방문객이 상추 등을 떼갈 수 있는 5단 수직 농장부터, 계단형 수직 농장인 ‘하늘 위의 농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스마트팜 비전은 구상을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UAE에선 실제로 퓨어 하베스트(Pure Harvest)라는 업체가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채소류를 유통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에미리트 지역 최대 오아시스였던 ‘알 아인(Al Ain)’ 지역에 두 개, UAE 수도인 아부다비의 나헬 지역에 한 개 등 세 개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팜 기업의 중동 진출 문도 열리고 있다. 경남 진주·사천 지역에 소재한 스마트팜 전문 기업 ‘드림팜’은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사인 알파리스 스타트스(AL-FARIS STARTS)와 1억2000만달러(약 1578억6000만원) 규모의 시설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드림팜이 추진하는 사업은 사우디 알 마즈마흐 지역에 스마트팜과 관련 시설을 설치하는 건이다. 드림팜은 3.55㏊(헥타르) 부지에 자체 개발한 스마트팜 설비인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큐브’를 시공할 예정이다. 예상 시공 기간은 4년이다. 충남 부여 지역에서 토마토 및 유러피언 채소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우듬지팜은 2023년 9월 사우디와 1900만달러(약 249억9450만원) 규모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11월까지 스마트팜 수출 실적은 2억8300만달러(약 3722억8650만원)로 전년 동기(1억500만달러) 대비 168%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중동 지역을 스마트팜 수출 거점으로 해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 추진 등 업계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카타르 정상 외교 후속 조치로 제1차 스마트팜 협력위원회를 열어 한·카타르 농업기술 협력 방안을 구체화한다. GCC(걸프협력회의) 국가들과 협력해 민간 투자 활성화 기반도 마련한다. 특히 사우디에 설치된 스마트팜중점지원무역관을 추가 지정하고 사우디 정부와 협력해 현지에 K스마트팜 기술 실증이 가능한 시범 온실을 조성한다. 스마트팜 기업 무역보험 우대 등 수출 업계 지원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도 추진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023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스마트팜 기업 간 MOU 세 건을 체결하는 등 중동 지역 스마트팜 수출이 본궤도에 올랐다”면서 “올해도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수출 거점화와 정부 간 협력 강화, 신규 사업 추진 등 업계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 뒤에 숨은 위기…“한국만의 초격차 기술 확보 필요”
풍부한 오일머니와 한국 정보기술(IT)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강국인 만큼 전기료 등 운영 비용은 많지 않지만, 오락가락하는 사막 기후에서 온실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등 스마트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업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물관리를 꼽는다. 중동에서 사용하는 물은 대부분 해수를 담수화한 것이다.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생활용수로는 쓸 수 있게 했지만, 지하수 등과 비교하면 염분기가 일정량 남아 있어 식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막 기후로 인한 예상치 못한 병충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운영적 어려움 때문에 스마트팜 장비를 설치했다 현지 업체가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중단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한다. 실제로 국내 N 업체가 UAE 지역에 지은 스마트팜 시설도 현지 업체가 맡은 지 1년 후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N 업체 관계자는 “시설을 지어주고 운영은 현지 업체가 했기 때문에 운영 중단 여부는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스마트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팜 산업은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이 선도하고 있다. 특히 수경재배 수직 농장은 현재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기업들도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차별화 포인트를 찾지 못하면 K스마트팜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스마트팜 중점 지원 무역관’으로 지정한 코트라 리야드 무역관의 김두식 관장은 “최근 스마트팜 기술이 대중화하면서 기술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중동 국가의 탈탄소 에너지 정책과 결합한 스마트팜 모델 등 차별화된 수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우디 국영기업에서 한국 기업 유치 발굴을 담당하는 한 한국인 관계자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해외 기술 기업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면서 “한국의 스마트팜 전문 기업을 모아 컨소시엄 형태로 ‘K스마트팜 수출단’을 꾸려 다양한 기술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제작 지원: 2023년 FTA이행 지원 교육홍보사업]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