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중국 경제 피크론은 과장…中, 가계 소비 비중 높여야”
세계은행(WB)이 1월 9일(이하 현지시각)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공개하고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3년 연속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가 가장 큰 중국 경제의 둔화 탓이 크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직격탄을 맞은 2020년 2.3%로, 문화대혁명(1966~76)이 끝난 해인 1976년(-1.6%) 이후 4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가 2021년 8.4%로 반등했지만, 2022년 다시 3%로 내려갔다. 이어 2023년 5%대로 회복했지만, 올해 4.5%로 둔화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내다봤다. 중국 경제가 이미 정점에 달해 성장 둔화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피크 차이나론’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지도부는 연일 개방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 상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11월 누적 기준 중국이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1조403억위안(약 189조26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필자는 중국에 대한 서방의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적대적인 상황에서 서방에서의 중국 경제 비관론 역시 최고치에 이른 듯하다고 보고 있다. 필자는 그러나 “중국 경제는 발전 잠재력을 다 소진하지도 않았고 활력을 잃을 정도로 성숙하지도 않았다”며 “이제 (중국)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투자보다는 가계 소비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피크에 가깝거나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는 이야기가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그러나 종말론자들의 분석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그들이 암울한 평가의 근거로 제시하는 많은 이유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이들은 경제학자들과 논평가들이 적어도 10년 이상 지적해 왔던 문제들을 정확히 같은 맥락에서 강조한다. 그 당시 중국이 흔들리지 않았는데, 지금 흔들려야 한다고 믿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확실히 글로벌 맥락과 환경이 바뀌고 있다. 아마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대체로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서방은 10년 전 혹은 심지어 5년 전보다도 중국에 대해 훨씬 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했고 중국의 대미 직접 수출은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의 두 경제 대국의 ① ‘디커플링(탈동조화)’은 과장된 것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경제학자 캐롤라인 프로이드와 그녀의 동료들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실제로 일부 분야에서 서로의 관여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관세를 부과하는 제품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증가율이 다른 국가로부터의 수입 증가율보다 훨씬 뒤처졌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은 특히 ‘전략 제품’의 경우 여전히 깊게 얽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게다가 미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국가들은 중국 공급망에 깊숙이 그리고 점점 더 많이 편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미국 공급망에서 중국을 대체하려는 국가들은 특히 전략산업에서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외에도 또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② ‘중국+1(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해외직접투자를 늘리고 중국 국경을 넘어 미국의 징벌적 관세를 피할 수 있는 국가에 자체 생산 체인을 구축했다.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중국 자본은 전 세계 나머지 국가들로 계속 흘러들 것이다. 종말론자들은 중국이 내부적으로도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할 것이다. 불리한 인구 통계 외에도 중국은 막대한 부채, 자본의 잘못된 배분, 심각한 공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문제와 씨름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이러한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15년 ③ 공급 측면 구조 개혁 프로그램을 발표해, 과도한 부채를 줄이려는 금융 규제 및 정부 감독을 강화해 왔다. 이 프로그램은 부채나 금융 위기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부동산같이 레버리지가 높은 많은 산업의 성장을 제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동산 부문의 부진이 중국 경제의 붕괴를 촉발할 것이라는 견해는 지나치게 드라마틱하다.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부동산 부문에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전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더 넓게 보면, 이미 시행된 구조 개혁은 중국의 경제 회복력을 높였고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중국 수출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 서비스업부터 디지털 경제와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분야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중국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6.6%의 (경제)성장을 달성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성장률이 하락했지만, 2021년에는 8.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가 강하게 반등했다. 2023년 성장률은 5%를 약간 상회했을 가능성이 큰데, 2022년의 봉쇄 조치도 성장을 막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팬데믹에서 무사히 벗어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3년간 소득을 창출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팬데믹 이후 빠른 경제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중국 소비자의 능력이 제한됐다. 이제 중국 정부는 향후 2년간보다 확장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추진해 내수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두 배 이상 들여야 한다.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또한 일부 산업의 자유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민간 자본과 외국 자본의 진입이 금지된 생산적인 서비스는 가능한 한 빨리 규제를 풀어야 한다. 다행히도 중국 당국이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가령 금융 규제 당국은 최근 미국의 마스터카드에 은행 카드 결제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또한 중국은 (2023년 12월 1일부터 1년 동안)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포함한 6개국에 대해 일방적으로 무비자 입국을 도입했다. 중국이 영원히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본 축적은 항상 둔화할 것이고, (경제 발전) 초기 구조적인 성장 동력이 만들어낸 배당 효과는 항상 약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투자보다는 가계 소비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GDP 대비 투자 비중을 줄이고 소득 이전과 복지 프로그램 강화 등을 통해 가계 소비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번영하는 내수 시장을 창조할 것이고 서비스 산업의 확장을 장려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의 전환을 도울 것이다. 중국 경제는 발전 잠재력을 다 소진하지도 않았고 활력을 잃을 정도로 성숙하지도 않았다. 중국 경제의 현재 상황은 리밸런싱이 가능한 동시에 중국 지도부가 구조 개혁을 실행하기 위해 전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다. 물론 성장이 둔화하고 글로벌 환경이 변화하면서 긴박감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해 새로운 성장 모델에 필요한 구조 개혁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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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한 나라의 경제가 다른 나라 혹은 전 세계 경기 흐름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부터 서서히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보호한다는 목적 아래 중국에 대해 디커플링 전략을 구사해왔다. 중국과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려고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중국산 부품이 들어간 제품에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거나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 같은 전략을 고수하는 듯했지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위험을 줄여 나가자는 의미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전략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②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공급망을 다변화시키는 전략으로, 중국 공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인도나 동남아시아 국가 등 다른 지역에도 신규 생산 기지를 세워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것을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국적기업들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채택하면서 인도가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애플·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IT 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거점으로 삼고 이미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가전제품·자동차를 넘어 태양열 패널과 풍력 터빈, 장난감·신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제조 업체가 이 전략을 통해 인도로 몰려들고 있다.
③ 2015년 11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기한 개혁 과제. 중국 경제는 2012년부터 고속 경제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속 성장을 의미하는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을 듣는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추진해 온 성장 방식이 한계에 봉착해 기술 수준의 질적 향상, 생산성 향상 등 새로운 성장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해졌음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공급 측 개혁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성장 동력을 키워, 2050년까지 중국을 초강대국 대열에 올려놓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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