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땐 필패" 위기감 … 與 '2016년 총선 악몽'에 숨고르기
당청 공천갈등에 선거 망쳐
韓 각 세워도 용인하려던 용산
김경율 사태 선 넘었다고 판단
한동훈 "당은 당의 일 해야"
홀로서기 행보 파장에 촉각
22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으로 '공멸 우려'가 확산되면서 당정이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에 대한 추가적인 압박을 자제하고, 한 위원장도 발언을 최대한 아끼며 양측이 잠시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청와대와 여당 간 공천 갈등으로 압도적 승리가 가능했던 선거를 망친 2016년의 악몽을 상기시키는 목소리가 여당 지지층에서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대통령실 참모들과 여당 핵심 관계자들은 "더 이상 두 사람 간 갈등이 확전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분간 김건희 여사 사과 필요성, 한 위원장 거취 등에 대해 언급을 서로 자제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전날 한 위원장 사퇴를 일제히 압박했던 친윤계 정치인들도 이날은 움직임을 멈춘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黨)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政·정부)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나 노선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일정을 취소하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표면적으론 한 위원장의 '마이웨이' 천명에 대통령실이 한발 물러난 모양새에 더 가깝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총선 전략에 대한 대통령실과 여당의 시각 차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뇌관은 남아 있다. 대통령실에선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문제라는 '역린'을 건드렸다는 판단이고, 한 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위해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당초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26일 한 위원장 체제가 들어설 때부터 여당이 정부에 각을 세워도 어느 정도는 용인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출범했던 박근혜 비대위가 이명박 정부를 때리며 총선 승리를 가져왔던 모델을 참고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직접 선발한 김경율 비대위원이 당초 여권에서 '무대응 전략'으로 가기로 묵시적 약속을 했던 김 여사 문제에 대해 공개 거론을 시작했다. 심지어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고, 이를 한 위원장이 적극 제지하지 않은 것은 '마지노선'을 넘은 것이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당에서 김 여사 의혹을 거론한 데 대해 한 위원장이 직접 사과하지 않았고, 한 위원장 측에서 이관섭 비서실장의 실명을 언론에 흘렸다고 보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품백 논란에 대한 친윤계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논란에 대해 "그건 몰카(불법촬영) 공작"이라며 "그걸 가지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생각이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교통사고가 나면 사고를 야기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왜 집에 안 있고, 길거리에 나와 교통사고를 당했냐, 책임을 물으면 동의하겠냐"며 "(이 사건도) 같은 케이스"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사과는 불법이나 과오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불순한 목적을 가진 분이 몰카를 갖고 들어갔다. 남의 동의를 받고 들어가도 불법 목적으로 들어가면 주거침입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위원장은 본인 사퇴 요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전날 대통령실이 "비대위원장 거취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음에도 이날 오전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며 사실관계를 공식화했다. 또 이 의원과 면담하고 나온 뒤 '어떤 얘기를 나눴느냐'고 묻는 취재진에게 "(이 의원은) 제 스태프니까 신상 얘기는 아니다"고 답하며 상하관계를 강조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자신의 최근 언행에 대해 포괄적 사과를 하며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친윤계 일각에선 여전히 한 위원장의 직접 사과나 김 비대위원에 대한 사퇴 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갈등의 씨앗으로 남아 있다. 친윤계 핵심 관계자는 "김 비대위원의 김 여사 사과 요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처럼 다시 한번 야당에 공격 빌미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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