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충돌에 기름붓는 민주당 "공천개입 법적조치 검토"
이재명 "정치 중립 어겼다"
야권 인사들도 날선 비판
"궁중 암투" "침팬지 싸움"
특검법 재의결 카드 만지작
韓 버티면 野총선전략 꼬여
반윤 메시지 희석될까 경계
기획된 '약속 대련' 의심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의 갈등이 여과 없이 표출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문제로 삼으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가 오는 4월 총선에 미칠 영향을 두고 득실 계산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선거와 관련해 이렇게 노골적이고 깊숙이 개입한 사례가 있었나"라며 "공천보다 민생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정당 활동과 당무, 선거와 공직자의 공무는 구분돼야 한다"며 "안타깝게도 지금 공직자의 선거 관여 또는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 상당히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본인 입으로 확인해 줬다"며 "이는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 검토를 거쳐 조치할 것이 있으면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행위가 공직선거법과 직권남용죄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제52조의6에 따라 선거중립 의무가 있는데 제20대 총선에서 친박근혜계 정치인을 대거 당선시키기 위해 공천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도 "윤석열 아마추어 정권이 공당인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김기현에 이어 한동훈 위원장까지 내쫓는다면 이는 당무 개입이자 정치적 중립 위반이다.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정 최고위원은 "궁중 암투, 서부활극 같은 대통령실발 한동훈 사퇴 요구설이 주말을 강타했다"고 했고,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일단 민주당은 이번 여당의 자중지란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한 당정 간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총선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공천과 대통령 부인 문제를 둘러싸고 대통령과 여당 수장이 충돌한 '비현실적 상황'이 벌어지자 '약속 대련'을 의심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총선을 앞두고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일종의 '정치쇼' 아니냐는 의심이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부디 일련의 사태가 한동훈표 정치공작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4선의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서로 싸우는 척하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 등 현안에 물타기해봐야 속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관건은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도 버티고 살아남을지 여부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현 대표에 이어 한 위원장까지 물러나게 되면 총선이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으로 가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민주당이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쇼든 아니든 용산의 사퇴 요구에도 한 위원장이 끝까지 선거를 지휘하면 민주당은 선거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대척점이 이재명 대표가 아니라 한 위원장이 되는 셈이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여러 말이 쏟아졌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라디오에서 "침팬지나 고릴라 우두머리 싸움하는 것 같다. 한 위원장이 견디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어떤 음모가 아닌가라고 봤지만 지금 보면 권력투쟁이 확실한 것 같다"며 "내 할 일을 하겠다고 저항하지만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주가조작 시 최대 2배의 부당이득을 과징금으로 내야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19일부터 시행된 것을 언급하며 "만약 이 법이 적용된다면 김건희 여사는 부당이득의 2배인 46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부인의 범죄 의혹을 덮는 데 급급해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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