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반복되는 ELS 사고, 피해자가 안 되려면

정다은 기자 2024. 1. 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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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사고가 발생하는 악명 높은 금융상품이 있다.

따라서 이를 포함해야만 투자자가 좀 더 매력을 느낄만한 ELS의 손익 구조를 제시할 수 있다.

나머지 선진국지수는 손익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투자자의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

ELS와 DLS는 증권사뿐만 아니라 은행에서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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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서울경제]

잊을 만하면 사고가 발생하는 악명 높은 금융상품이 있다. 바로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이다. 주기적으로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데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깊이 생각해 본다면 어이없게 금융 사고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큰 손실을 일으키는 ELS는 대부분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와 연관돼 있다. 2~3가지 기초자산 중에 꼭 홍콩H지수를 포함한다. 나머지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니케이225, 유로스톡스50 등의 선진국 주가지수로 채워진다. 홍콩H지수는 선진국 지수에 비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를 포함해야만 투자자가 좀 더 매력을 느낄만한 ELS의 손익 구조를 제시할 수 있다.

나머지 선진국지수는 손익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투자자의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 2008년과 2016년경에 폭락 사태를 부른 ELS 역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에 포함하고 있었다.

과거 독일 국채와 연계된 DLS가 폭락하여 투자금이 전액 증발한 사태도 있었다. 독일 국채가 주는 믿음직한 이미지가 방심을 불러 화를 키웠다. 투자자들은 독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이 DLS를 청약했을 것이다. 독일 국채10년물 금리가 -0.2% 이상이면 연 4.2%의 수익을 보장하지만 금리가 그 미만으로 내려가면 금리가 0.1% 떨어질 때마다 20%씩 손실을 보는 구조였다. 그 때까지 역사상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지만 -0.7% 밑으로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에 전체 투자 자금 중 개인 투자자 자금이 약 90%에 달했다고 한다.

ELS 상품 설명을 듣다 보면 투자하면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안 그래도 투자자는 자신의 생각대로 이뤄질 거라는 환상에 빠져 투자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ELS는 이런 심리를 촉진한다. 실제 ELS는 이길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수익은 그리 크지 않다.

반면에 확률은 높지 않지만 가끔가다가 엄청난 손실을 투자자에게 떠넘긴다. 5년 동안 매년 10%의 수익을 얻어 투자자가 환호하는 순간, 60% 손실이라는 재앙적인 상황이 닥친다. 오랜 기간 행복했지만 결과는 비극이다. 심지어 수익은 전혀 얻지 못한 채 손실만 보는 정말 억울한 투자자도 나온다.

ELS와 DLS는 증권사뿐만 아니라 은행에서도 판매한다. 수수료가 높고 한번 재미를 본 고객은 재차 청약하기 마련이어서 판매자가 실적을 올리기 좋아 불완전판매가 일어나기 쉽다. 그래서 앞으로 ELS발 사고는 반복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 당국이 불완전판매를 근절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금융소비자도 ELS를 이율이 높은 예금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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