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단 내 돌담… 왜구 막은 ‘개운포 좌수영성’을 아시나요

이보람 2024. 1. 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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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2일 찾은 울산 남구 개운포.

조선 전기 수군이 동해바다에서 왜구의 침략을 감시하고 물리칠 때 쓴 성곽 '개운포 좌수영성(울산시 지정기념물 6호)'이다.

울산의 대표적인 역사 상징물인 '개운포 좌수영성'이 국가문화재 지정을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는 울산 남구와 함께 최근 문화재청에 개운포 좌수영성의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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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국가문화재 지정 추진
석유화학공단 내 1245m 길이
조선 초기 성곽 구조 형태 유지
“역사적 가치… 보존·관리 필요성”
이달 12일 찾은 울산 남구 개운포. 석유화학공단 왕복 4차로 옆길을 따라 20m쯤 걸어 들어가자 길게 이어진 돌담 무더기가 나왔다. 조선 전기 수군이 동해바다에서 왜구의 침략을 감시하고 물리칠 때 쓴 성곽 ‘개운포 좌수영성(울산시 지정기념물 6호)’이다. 수백년 한자리에 머문 성곽이지만, 별다른 훼손 없이 잘 보존돼 있었다. 울산의 대표적인 역사 상징물인 ‘개운포 좌수영성’이 국가문화재 지정을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개운포 좌수영성 곳곳에 있는 비석과 안내판들. 유적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는 울산 남구와 함께 최근 문화재청에 개운포 좌수영성의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을 마쳤다. 개운포 좌수영성을 국가문화재 사적으로 승격하려 하는 이유는 울산시 지정문화재만으로는 관리와 보존, 연구에 한계를 느껴서다. 실제 개운포 좌수영성의 동쪽편으론 일부 성곽에서 흘러내린 돌덩이들이 그대로 놓여 있다. 제자리가 어디인지 등을 몰라서 발견 당시 모습 그대로 둔 것이라는 게 남구 측의 설명이다. 남구 관계자는 “조선 전기 관방시설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언제 축조됐는지, 언제 수영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도 미진하다. 국가문화재로 지정돼 제대로 된 조사·연구·보존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 초기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개운포 좌수영성은 1245m(면적 9만9296㎡) 길이에 달하는 돌로 된 성이다. 동해안에 위치한 수군 관련 성곽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성 밖으로 해자를 둘렀던 흔적과 북문, 동문 형태가 남아 있다. 성은 기단 위에 커다란 돌덩이를 쌓아 만든 형태다. 이는 조선 전기 성벽의 축조방법을 잘 보여준다.
울산 남구 석유화학공단 내에 있는 개운포 좌수영성의 모습.
이 성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 개운포 좌수영성이 사용된 시기가 조선 전기뿐이어서다. 개운포는 임진왜란 뒤 폐영됐다. 울산 남구 정성연 학예사는 “이 때문에 많은 증·개축이 일어난 다른 지역의 수영성과 달리 조선 전기 성곽의 구조와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근·현대에 와서도 성곽은 쓰이지 않았다. 마을은 성곽 아래에 조성돼 있었다. 1962년 박정희 대통령이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을 한 뒤 공장 터 확보를 위해 마을도 수용됐다. 공단 속 500년 된 유적이 ‘화석’처럼 잘 보존된 이유다.
개운포 좌수영성에 오르면 외항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 소장은 “울주군 서생포왜성 역시 16세기 말 축성법을 그대로 보여주는 유적이어서 1963년 사적으로 지정, 관리된 바 있다”며 “개운포 좌수영성도 서생포왜성과 같은 역사적 가치가 있다. 충분히 사적으로서 지정될 만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울산=글·사진 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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