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까다로운 금융소비자가 되자

2024. 1. 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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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 노르웨이에서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가 보정한 사진을 사용했을 경우 이를 밝히는 문구를 꼭 넣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법률을 제정했고, 2022년부터 실행됐다.

이렇게 금융소비자들이 오로지 과거 수익률에만 관심을 보일 때, 사실 금융상품을 파는 입장에서는 다른 정보를 더 제공할 인센티브가 크게 없다.

둘째, 이미 한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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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 과거 수익만 보고
계약서에 '덜컥' 서명 일쑤
금융당국 규제 필요하지만
고객이 다양한 정보 요구땐
금융사도 판매기준 높일 것

2021년 여름 노르웨이에서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가 보정한 사진을 사용했을 경우 이를 밝히는 문구를 꼭 넣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법률을 제정했고, 2022년부터 실행됐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를 예로 들었지만 당연히 모든 광고를 포함한다. 이렇게 한 이유는 대중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면 광고에 나온 화장품을 쓰면 똑같이 예뻐질 수 있다는 생각을 소비자가 덜 하게 하기 위해 광고에 사용된 이미지는 보정되었다는 문구를 넣어 소비자들에게 알려주어야만 한다. 이런 법률을 만든 국가는 노르웨이가 처음이 아니다. 대체로 다른 지역보다 소비자 보호 관련 법률이 엄격한 유럽 선진국의 이런 조치는 신뢰가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하지만 사진을 보정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행위가 의도대로 효과가 있을까? 나는 솔직히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성과가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습니다'란 안내 글이 붙은 금융상품 설명서나 금융 광고를 거의 평생 봐왔다. 하지만 이 말이 진짜 금융소비자에게 와닿았을지 의문을 갖기 때문이다. 대다수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는 과거의 성과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 그들이 눈여겨보는 오직 하나의 정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개인투자자라고 했지만, 상품을 판매하는 소위 금융전문가들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금융소비자들이 오로지 과거 수익률에만 관심을 보일 때, 사실 금융상품을 파는 입장에서는 다른 정보를 더 제공할 인센티브가 크게 없다. 금융에 대한 정보 가운데 가장 손쉽고 싸게, 거의 무료로 구할 수 있는 단 하나는 가격 정보다. 언제 어디서나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가격 데이터에 기반한 수익률 정보만 제대로 보여주고 나면 어차피 투자자는 '과거의 성과가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습니다'와 같은 안내 문구를 곧바로 지나쳐 사인을 하고 금융상품을 구매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분명 금융기관은 법과 규제를 지켰다.

금융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여러 가지 정보를 요구하는 금융소비자다. 금융소비자가 까다로우면 팔아야만 하는 금융회사들은 그 기준에 맞춘 판매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까다로운 금융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금융 교육을 바탕으로 한 금융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그리고 주식이나 채권 등의 보편적인 금융상품은 어느 정도의 교육으로 쉽게 일반인들에게 중요 포인트를 인식시킬 수 있으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포함하는 파생상품, 구조화 상품으로 가면 상당한 수준의 금융에 대한 이해력을 요구한다.

까다롭게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금융 이해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금융소비자와,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를 비용과 노력을 쓰면서 제공할 인센티브가 없는 금융회사의 갭을 메꿀 수 있는 존재는 물론 규제당국밖에 없다. 규제당국이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복잡한 금융상품은 아예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못 사게 막는다. 놀랍게도 일부 유럽 선진국이 이 방법을 선택했다. 이는 아주 불공정한 상황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이미 한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돼 있다. 하지만 프로세스와 방법을 촘촘히 정의해서 금융기관들이 당장은 인센티브가 없더라도 실행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갭을 꾸준히 메워나가야 한다. 하지만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금융소비자들이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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