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그레이 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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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총선을 20여 일 앞둔 2004년 3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60세 이상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어도 된다"며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라고 말해 노인층의 공분을 샀다.
당시 6070세대 비중은 16.9%로 2030세대(47%)의 3분의 1에 불과했지만 노인 비하 발언은 선거에 치명타였던 셈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노인 비하 망언이 나온다면 선거에 미칠 영향은 태풍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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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총선을 20여 일 앞둔 2004년 3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60세 이상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어도 된다"며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라고 말해 노인층의 공분을 샀다. 결국 사과하고 당 의장에서도 사퇴했지만 노인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힘입어 열린우리당은 180석 이상을 목표로 했지만 과반 의석을 겨우 넘기는 데 그쳤다. 당시 6070세대 비중은 16.9%로 2030세대(47%)의 3분의 1에 불과했지만 노인 비하 발언은 선거에 치명타였던 셈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노인 비하 망언이 나온다면 선거에 미칠 영향은 태풍급이 될 것이다. 고령화 영향으로 60세 이상 유권자 수가 20·30대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월 기준 60세 이상은 1395만명(31.4%)으로 20·30대 1277만명(28.8%)에 비해 118만명이 더 많다.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소위 '그레이 보터(Grey Voter)'라고 불리는 6070이 판세를 흔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노인 폄하 발언 '학습효과'가 있다 보니 여야 모두 망언 단속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과거 노인 비하 발언을 한 비상대책위원의 사퇴를 바로 받아들인 것도 그런 이유다. 그뿐 아니라 노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간병비 급여화, 경로당 주 5일 무료 점심을 공약했고, 국민의힘도 건강·여가·안전 등 어르신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사탕발림 노인복지 정책이 봇물을 이루면서 합리적인 정책 제시에도 노인들이 발끈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이 65세 이상에게 제공되는 지하철 무상 이용 혜택을 폐지하는 대신 연간 12만원 교통카드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자 대한노인회가 강하게 반발한 것. "패륜아 정당을 만들겠다는 망나니 짓거리"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그레이 보터의 존재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재원 확보 방안도 없이 여야가 노인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을 마구 쏟아내는 것은 무책임하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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