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고다이라처럼 될래요”…2024 강원에서 다시 만난 ‘빙속 레전드’

배재흥 기자 2024. 1. 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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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올림픽이 열렸던 강릉 오발에서 다시 만난 고다이라(왼쪽)와 이상화. 연합뉴스



이상화(35)와 고다이라 나오(38·일본)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치열했던 경쟁만큼이나 뜨거운 우정을 나눴던 경기장에서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하 2024 강원)에 참가 중인 ‘빙속 꿈나무’들의 앞날을 한마음으로 응원했다. 이들의 짧은 재회는 그 자체만으로 경기장 안에 있던 누군가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22일 2024 강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오발)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나 두 손을 맞잡으며 서로를 반겼다. 두 사람은 은퇴 후에도 꾸준히 소통하며 선수 시절 쌓은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에는 이상화가 고다이라와의 만남을 위해 직접 일본 나가노를 방문하기도 했다. 다만, 두 사람이 평창 대회가 열렸던 강릉 오발에 함께 선 것은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각각 2024 강원 공동 조직위원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롤모델 자격으로 대회 현장을 찾았다. 정든 스케이트화를 벗고 ‘제2의 인생’을 사는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이날 “다시 선수가 된 기분”이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상화는 “평창 올림픽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고다이라 선수와 같이 서 있으니까 다시 선수가 된 느낌이 들어서 감동적이다”고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고다이라(왼쪽)와 이상화가 21일 강릉 오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다이라도 “2018년 이후 이상화 선수와 경기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다시 만나 경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라고 기억을 되짚었다. 두 사람은 6년 전 이곳에서 평창 올림픽 여자 500m 레이스에서 우승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금메달의 주인공은 고다이라였지만,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고다이라는 당시 2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이상화가 마지막 질주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자 그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평창 대회를 빛낸 명장면 중 하나다.

우정과 경쟁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던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2024 강원에 출전한 청소년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길 바랐다. 이상화는 “선수들이 여러 가지 벽을 허물 수 있는 경험을 많이 쌓길 바란다”고 했고, 고다이라도 “이번 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잘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이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승 등 어린 선수들의 경기를 함께 지켜보며 응원을 보냈다.

방건우군(왼쪽)과 아버지 방경준씨가 21일 2024 강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강릉 오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배재흥 기자



이들의 만남은 2024 강원에 출전한 선수들뿐 아니라, 관중석에 앉아있던 한 초등학생에게도 새로운 꿈을 선물했다. 서울시 초등부 대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초등학교 5학년 방건우군은 “일본에 스케이트를 타는 동갑 친구가 있는데 나중에 커서 그 친구와 이상화, 고다이라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방군의 아버지 방경준씨(51)는 “다음 동계청소년올림픽 때 아들과 친구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된다. 그때 올림픽에서 만나 (이상화와 고다이라처럼) 한·일전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빙속 레전드’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여자 500m 결승에서는 정희단(16·선사고)이 39초64의 기록으로 엘 데일먼(39초28·네덜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남자 500m에서는 신선웅(16·별내고)이 37초13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릉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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