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 장례문화 안착해야 책임있게 키우죠"

안수진 기자(goodvibes52@mk.co.kr) 2024. 1. 22. 17: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장례를 마친 뒤엔 보호자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드립니다. 반려동물에게는 보호자가 인생의 전부잖아요. 한 생명의 일생을 책임진 분들의 노력과 고생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요."

이제는 가족의 일부분이 된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올바른 장례문화를 이끌어나가는 강성일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장(44)을 매일경제가 만났다.

그는 반려동물 장례 업체 수석지도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 6월 연구소를 차렸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의 장례를 주관하고 안내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성일 반려동물장례연구소장
13년차 장례지도사 경력으로
장례절차 표준화 특허 내고
'펫로스증후군' 극복 책 펴내
"강아지·고양이에 닭·금붕어…
보호자 슬픔의 크기 똑같아
獨·日처럼 최소한 시설 필요"
강성일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장이 저서 '당신이 반려동물과 이별할 때'를 들고 장례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장례를 마친 뒤엔 보호자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드립니다. 반려동물에게는 보호자가 인생의 전부잖아요. 한 생명의 일생을 책임진 분들의 노력과 고생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요."

국내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며 최근에는 이른바 '개모차'(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량이 유모차 판매량을 앞질렀다. 이제는 가족의 일부분이 된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올바른 장례문화를 이끌어나가는 강성일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장(44)을 매일경제가 만났다. 강 소장은 올해로 13년 차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다. 그는 반려동물 장례 업체 수석지도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 6월 연구소를 차렸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의 장례를 주관하고 안내한다. 절차는 사람의 장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진으로 맥박, 호흡을 보고 사망을 확인한 후 최대한 생존 모습과 가깝게 염습을 진행한다. 수의를 입힌 뒤 입관하면 보호자는 추모실에서 마지막 애도의 시간을 갖는다. 이후 화장된 유골은 수골·분골 과정을 거쳐 유골함에 봉안된다. 보호자는 대부분의 장례 절차에 참여해 직접 확인한다.

강 소장은 이른 나이에 창업에 도전하는 등 쉬지 않고 일했지만, 이내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일찍이 동물 장례문화가 발달한 일본을 수시로 찾으며 공부했다. 당시 10여 곳에 불과하던 국내 반려동물 장례식장 문을 두드려가며 일을 배웠다. 현재는 연구소를 차려 장례식장 경영과 컨설팅을 돕고 강연과 콘텐츠를 통해 올바른 장례 정보를 알리고 있다. 민간 지도사 자격을 위한 표준안을 만들고 '반려동물 상실 솔루션' 특허도 출원했다. 강 소장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펫로스증후군'을 겪는 이들을 돕기 위해 심리상담사 과정을 이수하고 책을 펴내기도 했다.

13년간 반려동물의 장례를 도우며 특별한 경험도 많았다. 장례 업체를 찾는 동물의 종류는 강아지, 고양이는 물론 고슴도치, 앵무새, 반려 닭, 금붕어 등 다양하다. 강 소장은 "가족에 대한 애착에 차이가 없듯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슬픔도 다르지 않다"며 "모든 죽음과 이별을 차별 없이 존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고객은 은퇴한 안내견이다. 장례식에는 안내견학교 훈련사와 도움을 받은 장애인, 퍼피 단계와 은퇴 후 삶을 함께한 보호자까지 모든 이들이 모여 가는 길을 배웅했다. 사고로 죽은 길고양이를 위해 밥을 챙겨주던 동네 주민들이 십시일반 장례를 준비하기도 하고, 반려견 장례에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모여 추모를 하는 가족도 있었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며 장례문화도 자리 잡았지만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장례시설은 70여 곳으로 과거에 비해 늘었지만 여전한 님비 시설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사실상 소각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등록 장례시설 이용률은 25%에 그친다. 독일과 미국에는 500곳이 넘는 반려동물 공동묘지가 있고, 일본도 공설 동물화장장과 추모공원을 운영하고 있다. 강 소장은 "1000만 반려인구 동물의 생애주기가 다하면 장례 업체를 찾는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25%에서 40%만 돼도 지금의 시설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장례문화가 자리 잡혀야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업체는 많지만 국가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없다"며 "지방이나 형편이 어려운 경우에도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걸 포기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