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권리인데···쿠팡 “노조 조끼 입지 마!”
노조 “쟁의행위는 정당한 권리” 반발
회사의 성실 교섭을 요구하며 노조 조끼를 입고 일하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 쿠팡이 ‘조끼를 입지 말라’는 서면지시요청서를 보냈다. 노조는 쟁의행위의 일종인 조끼 착용을 제재하는 것은 노조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쿠팡 물류센터 운영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지난 15일 대구·인천센터 등 일부 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 노조 조끼를 착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면지시요청서를 보냈다.
쿠팡풀필먼트는 서면지시요청서에서 “건전한 사내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거나, 근무시간 중 직원들의 집중력 저하, 혼동 혹은 오인 유발 등으로 센터 내 안전 관리를 저해할 수 있는 복장의 착용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회사는 위와 같은 행동을 자제해 주실 것을 수차례 요청드렸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노동자들은 ‘쿠팡풀필먼트가 단체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며 2022년 6월부터 노조 조끼 착용 등 쟁의행위를 하고 있다. 노조는 ‘생활임금 수준 임금 인상’ ‘노조 사무실과 전임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등 보장’ ‘물류센터 냉·난방 설비 증설’ 등을 놓고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작년부터 노조 조끼를 착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작년 12월부터 각 센터의 노무관리 담당자가 노조 조끼와 등자보(노조 조끼의 등에 붙이는 홍보물)를 입고 있는 노동자에게 ‘본사 지침’이라며 조끼와 등자보를 입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노조는 사측의 요구가 쟁의행위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라고 주장한다. 민병조 물류센터지부장은 “노조 조끼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을 사측이 막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며 “노조 조끼를 착용하는 것은 노조의 당연한 권리다. 쟁의 중에는 쟁의행위를 나타낼 권리가 있다”고 했다.
노조 조끼 착용을 이유로 실제 불이익을 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05년 한국까르푸가 노조 조끼를 착용하고 근무하는 조합원들을 매장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 기간 동안 임금을 주지 않은 것을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지난해 서울고등법원도 이케아가 등자보를 붙이고 근무한 노동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한 것을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다.
쿠팡풀필먼트 측은 “물류센터는 안전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저해할 수 있는 복장 착용을 지양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일부 직원이 착용한 복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개선을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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