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촌각을 다투는 혁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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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은 역사상 첫 드론 전쟁이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지난해 실린 페인 그린우드의 기고문에는 이 같은 진단이 담겨 있다.
미국의 집중 견제로 화웨이가 한풀 꺾였던 것처럼 중국산 드론과 플라잉카가 어느 한순간 미국발 악재에 직면할 수도 있지만 중국은 자체 기술력과 부품 국산화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드론카, 로봇개, 자율주행 청소로봇 등 첨단 제품을 대거 공개해 이류가 아닌 선도 그룹임을 입증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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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허용·後보완으로 승부수
드론·플라잉카 등 선점 포석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건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역사상 첫 드론 전쟁이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지난해 실린 페인 그린우드의 기고문에는 이 같은 진단이 담겨 있다. 드론 전문가인 그는 이번 전쟁에 쓰인 소형 드론의 절대 다수가 중국 드론업체 DJI의 제품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1위 드론기업 DJI는 드론을 최초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날개를 달았다. 정부가 선(先)허용, 후(後)보완 형태로 신속한 상용화를 도운 덕분이다.
중국은 드론에 이어 '플라잉카' 시장도 석권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올해 초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샤오펑후이톈은 자사 플라잉카의 판매 계획을 밝혔다. 올해 4분기부터 예약 주문을 받아 내년 하반기에 양산한다는 것이다. 목표대로 진행되면 플라잉카 상용화를 세계 최초로 이루게 된다.
중국의 이런 속도전에는 전기차와 드론 산업의 성공이 작용하고 있다. 배터리와 모터 등 주요 부품의 든든한 공급망뿐 아니라 탈규제를 통한 속전속결 전략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 기업들은 한 템포 느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항공 모빌리티법인 슈퍼널은 올해 CES에서 전기수직이착륙기인 'S-A2'를 선보였다. 400~500m 고도에서 시속 200㎞로 운항할 수 있으며 2028년 상용화가 목표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제조업에서 세계적 역량을 갖췄지만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선 밀리는 모습이다.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뿐 아니라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경영인은 "자율주행 레벨3에 도달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했지만 한국의 법규나 인프라 미비로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한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안전과 제도 정비를 우선시하는 반면 중국은 시장 선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기술 굴기' 집착이 속도의 차이를 만들고 있다. 중국이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빅데이터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세계 최고의 안면인식 기술을 확보한 것과 유사하다.
미국의 집중 견제로 화웨이가 한풀 꺾였던 것처럼 중국산 드론과 플라잉카가 어느 한순간 미국발 악재에 직면할 수도 있지만 중국은 자체 기술력과 부품 국산화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중국은 올해 1100여 개 업체를 CES에 내보냈다. 참가 기업이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드론카, 로봇개, 자율주행 청소로봇 등 첨단 제품을 대거 공개해 이류가 아닌 선도 그룹임을 입증하고자 했다.
이런 중국의 대규모 공세를 넘어서려면 한국 정부가 기술 혁신에 대한 규제 장벽을 파격적으로 낮춰야 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멍석을 깔아줄 때 상상을 뛰어넘는 창작물이 나온다. CES 현장의 랜드마크인 세계 최대 구형(球形) 공연장 '스피어'가 좋은 사례다. 관람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 스피어의 출현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였기에 가능했다.
첨단기술 혁명을 위한 대안 중 하나는 별도의 '규제 프리존'을 십분 활용해 빠른 테스트와 피드백을 거치는 것이다. 최근 전라북도가 특별자치도로 새출발하면서 '대한민국 미래 테스트베드'를 지향한 것이나 "자율주행 실증사업 기회를 얼마든지 제공하겠다"고 밝힌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속도와 실행력이다. 남이 이미 장악한 시장을 공략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혁신 전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황인혁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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