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승이 먼저, 다득점 경기보다 지지 않는 게 중요[도하NOW]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인 월드컵과 조별리그 순위 결정 기준이 다르다. 승점이 동률이 되면 월드컵에서는 골 득실을 따지지만, 아시안컵은 승자 승 원칙이 먼저다. 이에 따라 조별리그 경기 운영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득점 승리보다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승자 승 우선 원칙을 이해하기 좋은 앞선 사례는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순위다. 당시 대회 개최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승점 5점으로 조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태국과 바레인이 똑같이 1승 1무 1패로 승점 4점 동률을 이뤘다. 골 득실은 바레인이 0으로 태국(-2)에 앞섰지만, 바레인을 1-0으로 이긴 태국이 승자 승 원칙에 따라 조 2위에 올랐다.
승자 승 원칙을 우선하면 다득점 승리를 노리기보다 일단은 지지 않는 경기를 펼치는 전략이 더 나을 수 있다. 2023 아시안컵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직 조별리그 최종전이 남아 있지만, D조 선두 탈환 기회가 사라져버린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이라크전 패배로 1승 1패에 그친 일본은 인도네시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아무리 많은 골 차로 이겨도 조 선두에 오를 수 없다. 이미 2승을 거둔 이라크가 조별리그 최종전 베트남에 대패한다고 해도 승자 승 원칙으로 일본에 앞서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라크와 무승부를 거뒀더라면 최종전에서 다득점 승리로 조 선두를 탈환해 B·E·F조 3위 중 한 팀과 16강을 치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라크전 패배로 조 2위를 유지하는 것에 만족해야만 한다. 이 순위를 유지하면 우승 후보 한국 내지는 한국전에서 만만치 않은 전력을 선보인 요르단과 첫 토너먼트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런 순위 결정 구조에서는 조별리그 초반 1~2경기 만에 사실상 순위가 결정되고, 걸어 잠그는 축구에 강한 팀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어떻게든 다득점을 노리며 공격 지향 축구를 펼치는 경기도 줄어들 수 있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승점 동률시 골 득실보다 다득점을 먼저 본다.
다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린다고 평가받는 팀 처지에서 보면 승자 승 원칙이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조별리그 초반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졌어도 최종전에서 강팀을 잡아 승점 3점을 챙긴다면 조 2위, 조 3위로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골 득실을 먼저 따질 때보다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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