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로 행정해석 변경에 노동계 반발…"노동시간 단축 시대흐름 역행"

이정현 기자 2024. 1. 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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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몰아서 일하는 것 가능하도록 한 압축노동 정책" 규탄
민주노총 "산업재해 다수 장시간 노동이 원인…고용부도 건강권 우려"
ⓒ News1 DB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현행 주 52시간제 위반 여부는 '일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을 변경하면서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22일 논평을 내 "이번 고용부 발표는 사용자들에게 연장근로시간 몰아쓰기가 가능하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이는 이 정부가 몰아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압축노동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의 근본 원인은 근로기준법 상 1일 총근로시간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법의 구멍 때문"이라며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문구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고서야 논쟁이 종결됐듯이 이 문제는 결국 근기법 상 1일 근로시간 상한과 24시간 중 11시간 연속휴식권 도입이 되어야만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도 아니다"라고도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1일 8시간을 법정노동시간으로 정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며, 그동안 현장에 자리 잡은 연장근로 관행과도 배치되는 대법원판결과 고용부 행정해석 변경을 다시한번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통해 "정부가 '집중노동'의 시대를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변경된 기준을 요약하면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더라도 주당 최대 노동시간에만 미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노총은 "국제적 흐름은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일과 생활의 양립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주 4일제 논의가 진지하게 시행되고 있고 과도한 노동량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숱하다"며 "한국 정부와 법원이 노동시간을 늘리고 이를 핑계대기 위해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내놓는 것은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을 넘어 인간다운 삶과 생활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반 인권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

또 "많은 산업재해가 장시간 노동을 원인으로 한다"면서 "2021년 WHO(세계보건기구)와 ILO(국제노동기구)가 공동으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은 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평균적으로 35% 증가(신뢰도 95%구간에서 13-61%)시키며,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17% 증가(신뢰도 95%구간에서 5-31%)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고용부도 이번 기준 변경을 발표하면서 '(노동자의) 건강권 우려가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며 "집중 적인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이번 기준 변경이 노동자들의 건강에 위해를 가한다는 것을 이미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제공)

앞서 이날 오전 고용부는 '연장근로시간 한도는 1주간의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을 초과한 나머지로 판단한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한도에 대한 행정해석 변경을 알렸다.

고용부의 이번 행정해석 변경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연장근로 한도 위반에 대한 판결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당시 판결에서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하였는지는 근로 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1주간의 근로 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하루 13시간씩 1주일에 나흘을 일한 경우, 총 근로시간은 52시간이다. 기존에는 1주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지만, 일일 연장 근로시간(5시간)의 총합(5×4=20시간)이 법에서 허용한 12시간을 초과하다보니 법 위반으로 간주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새로운 행정해석에 따라 1주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기 때문에 법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 즉 앞으로는 1주 근무시간이 법정근로시간(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을 합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법 위반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변경된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기존 '1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 이내이더라도 1일 법정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한 시간은 연장근로이며, 이 연장근로가 1주 12시간을 초과하면 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행정해석은 '1주 총 근로시간 중 1주 법정근로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이 연장근로이며 이 연장근로가 1주 12시간을 초과하면 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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