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상봉 사업장도 공사 스톱…‘약한고리’ 노동자 후폭풍
체불임금 지급 여부엔 ‘확답 어려워’
태영건설 사업장에서 임금 체불 문제가 연달아 터지며 최소 2곳의 공정이 일시 중단됐다. 대형건설사의 경영 위기로 인한 충격이 가장 약한 고리인 일선 현장 노동자부터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일종의 ‘어음’ 성격인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이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에서 채권 행사가 유예되는 금융채권으로 분류된 탓에 태영건설이 이 돈을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채권단이 개입해 하청업체를 구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태영건설 서울 상봉동 청년주택 현장은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골조 공정이 중단된 상태다. 상봉동 청년주택 사업장은 지하4층~지상25층의 782세대 단지가 들어서는 공사로, 현재 공정률은 약 40% 수준이다. 인부들이 현장에 출근하지 않으면서 8층까지 올라간 상태에서 공사는 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사실상 멈췄다.
인부들이 공사 ‘셧다운’을 선언한 것은 태영건설이 지난해 11~12월분 공사 대금을 22일 현재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미지급 대금 액수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로 인해 도급사가 소속 인부 약 100명에게 지급하지 못한 11월분 임금만 6억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12월분을 합치면 체불 임금 규모는 이보다 더 늘어난다.
임금 체불 문제는 태영건설의 또 다른 사업장 대구 동구 신천동 옛 동부정류장 사업에서도 발생했다. 450세대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이 현장에선 12월분 임금이 미지급되면서 철근·콘크리트 업체가 손을 들고 현장에서 나온 상태다. 현재 공정률은 약 53% 수준으로 근로자 약 200명의 임금 11억원이 체불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현장에서 임금이 체불된 것은 태영건설이 만기가 도달한 외담대를 원활하게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담대는 원청업체가 협력업체에 공사대금 등을 현금 대신 외상매출채권으로 끊어주면, 협력업체가 은행에 이를 담보로 어음할인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태영건설을 비롯한 원청업체는 만기일에 외담대를 상환해야 하는데, 최근 워크아웃 개시 이후 상황이 복잡해졌다.
태영건설은 외담대는 협력사가 은행에서 할인받은 어음인 만큼 우선 갚아야 할 상거래 채권이 아닌, 워크아웃으로 상환이 유예되는 금융채권이어서 돈을 갚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협력사들이 할인해 간 외담대는 한도가 찼고, 그에 대해 현금으로 지급을 해야하지만 이 전체가 금융채권으로 묶여있다”며 “이 부분이 상거래 채권으로 풀려야 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채권단에게 열심히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개시로 태영건설의 대금 지급이 유예되면서 애꿎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번진 것이다. 태영건설은 1월말까지 체불된 11월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12월 임금을 언제까지 지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12월 임금은 최대한 설 전까지 지급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썬 확답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담대 미상환이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며 외담대 상환에 대한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담대를 갚지 않으면 협력업체까지 피해가 전가될 수 있기 때문에 채권단에서부터 우선적으로 조치가 돼야한다”며 “금융당국에서 교통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채권단에서 금융채권을 매각하고 처분하는 과정에 대해 동의를 받아야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충격이 건설업계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어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를 채권단과 금융기관, 태영건설이 중지를 모으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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