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이 리뷰하니 조회수↑…새로운 숏폼 트렌드는 '침묵'

안호균 기자 2024. 1. 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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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일일이 설명하기보다 말 없이 보여주는 영상 선호
뷰티·패션 뿐만 아니라 식음료·책까지 '침묵의 리뷰' 인기
최근 틱톡에서 말 없이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는 '침묵의 리뷰'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침묵의 리뷰' 숏폼 영상을 만드는 틱톡커 메이(@meitham, 왼쪽부터), 캐시(@itscassiethorpe), 스테파니(@stephreadsalot)의 모습.(출처 : 틱톡 영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틱톡커 캐시(@itscassiethorpe)는 팔로워들에게 가방과 의류, 신발 등 패션 아이템을 소개하는 숏폼 콘텐츠를 만든다. 외출하기 전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제품을 설명하는 'GRWM(Get Ready With Me·같이 준비해요)' 영상을 주로 제작했다.

이 틱톡커는 지난 2일 최근 새로운 스타일의 영상을 올렸다. 아무 말 없이 여러개의 미니백을 번갈아가며 보여주기만 하는 방식이었다. 제품 설명 뿐만 아니라 배경 음악도 없었다. 가방을 두드리거나 지퍼를 여닫을 때 나는 소음 외에는 어떤 소리도 영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백색 소음을 틀어주는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영상과 비슷한 형식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새로운 형식의 미니백 소개 영상은 20일 만에 64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일일이 설명하고 분석했던 캐시의 이전 영상은 보통 수만회에서 수십만회의 조회수를 올렸는데 아무 말 없이 제품을 보여주기만 하니 훨씬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한 것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틱톡에서는 이렇게 말 없이 제품을 소개하는 리뷰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리뷰 콘텐츠 트렌드가 바뀌는 이유는 짧고 단순하고 이해가 쉬운 영상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커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캐시는 최근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온라인 상에서 사람들은 모든 이가 물건에 대해 의견을 내놓는 것에 지쳐가고 있다"며 "그들은 가끔 인플루언서가 아무 말 없이 제품을 보여주기만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침묵의 리뷰' 영상을 채우는 소리는 제품 설명이 아니라 미세한 소음이다. 제품을 손톱으로 살짝 긁거나 끈을 찰랑거리거나 단추를 열고 닫는 소리가 대표적이다. 브랜드명을 소개할 때도 있지만 속삭이듯 아주 작은 소리로 한다.

ASMR 영상은 미세한 소음을 이용해 시청자들에게 기분좋은 자극을 제공한다. 영상에 크리에이터의 목소리 대신 이런 소리를 넣는 것은 리뷰하는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강화할 수 있다. 자세한 제품 설명은 댓글창을 통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침묵의 리뷰'는 이제 패션·뷰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의 리뷰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 스테파니 페나(@stephaniepena__)는 틱톡에서 식음료부터 생활용품, 패션 아이템, 뷰티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리뷰한다.

그는 이달 초 여러 종류의 음료 제품과 감자칩 제품을 설명 없이 리뷰하는 영상을 올렸다. 캔을 두드리는 소리, 음식을 삼키는 소리, 제품명을 속삭이는 소리 등만이 영상에 포함됐다. 제품에 대한 평가는 표정과 손동작으로 대신했다.

심지어는 책 소개를 소리 없이 하는 크리에이터도 등장했다.

스테파니(@stephreadsalot)는 틱톡의 독서가 커뮤니티인 북톡(#BookTok)에서 가장 먼저 '침묵의 책 리뷰(silent book review)'를 시작한 크리에이터다. 그는 지금까지 11개의 리뷰를 올렸다.

그는 책을 여러권 쌓아두고 한권씩 들어올리면서 과장된 표정과 몸동작으로 평가를 대신한다. 마음에 드는 책일 경우에는 환한 표정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린다. 호평을 할 수 없는 책일 경우에는 찌푸린 표정을 짓는다. 책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화면 밖으로 치워버리거나 잔뜩 찡그린 표정을 짓는다.

보통 그의 영상은 수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지만 침묵의 리뷰 시리즈는 조회수가 훨씬 많다. 적게는 10만회에서 많게는 240만회의 조회수를 올린 영상까지 있다.

스테파니는 "나는 (침묵의 리뷰를 통해) 기록을 세웠고 날개를 달게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말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트렌드에 참여해서 정말 기쁘고 흥분된다. 다만 내가 괴물을 만들어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나는 조용한 리뷰를 좋아하지만 그것이 내가 하는 유일한 일이 되기는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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