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한, 서평연대 서른다섯 번째[출판 숏평]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김미조 지음 /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이 책은 난민 문제가 궁금한 어린이들을 위해 지구촌에서 난민이 발생하는 다양한 이유와 함께 앞으로 어린이들이 난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도록 돕는 어린이 인문교양서다. 난민은 대개 전쟁과 빈곤, 각종 정치적·종교적 박해로 발생한다. 최근에는 기후위기라는 또 다른 원인으로 전에 없던 기후난민도 늘고 있다. 2022년 말 발표된 ‘유엔 세계 난민 보고서’를 보면 현재까지 집계된 전 세계 난민의 수는 3,530만 명이며, 시리야(650만 명)를 비롯해 우크라이나(570만 명)와 아프가니스탄(570만 명)에서 많은 난민이 생겨나고 있다. 집계되지 않은 난민의 수까지 포함하면 그보다 많은 사람이 오늘도 삶터를 잃고 있을 것이라고 책은 전한다.
2018년, 한국에서도 난민 문제를 피부로 실캄케 했던 사건이 있었다.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다. 2015년부터 발발한 내전으로 인해 2018년 561명의 예멘 난민이 제주도를 찾았다. 당시 제주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비자 정책’을 펼치고 있었는데, 이것이 이들의 입국 원인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당시 난민 신청을 했던 예멘인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단 2명뿐이었다. 나머지는 1년간의 인도적 체류 허가만을 받았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행방은 밝혀진 바 없다. 이들은 지금 어디쯤 있을까.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난민은 오래전부터 어느 나라건 늘 있어 왔으며, 우리 역시 언제든 난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나는 여행 차 튀르키예에 다녀왔다.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아직까지 잊어지지 않는 건 국경을 건너 온 시리야 난민들의 텅 빈 눈동자다. 이스탄불 시내 어디든 ‘도와 달라’는 팻말과 함께 어린아이를 안고 주차장이나 길바닥에 누워 있던 그들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당시 나는 그들의 눈을 피했지만 이제는 그 눈을 바라보고자 이 책을 읽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난민 문제를 알고 싶은 모든 이에게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를 권한다. (김상화 / 출판편집자,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연말이나 연초에 습관처럼 진은영 시인의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의 표제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읽는다. 사실 연말이나 연초가 아니라도 정신이 사납거나 감기 때문에 머리가 빙빙 돌 때, 어떤 일 때문에 현타가 올 때 이 시를 읽는다. 봄, 자본주의, 문학, 혁명 시. 직장에선 거의 말할 일이 없지만, 내가 우상처럼 읊던 단어들이 등장하는 이 시를 읽으면, 무언가 잊고 있던 기준점을 다시 재정비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새해에 읽기 좋은 시다. ‘계획 세울 때 읽으면 좋은 시’ 같은 설문조사가 있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 시를 꼽을 것이다. 과거와 지금의 나를 잇는 그리고 기준점이 돼 주는 책이나 시 한 편쯤 있으면 새해 다짐을 하거나 계획을 세울 때 여러모로 유용하다. (맹준혁 / 출판편집자)
■어른의 생각법(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 전경아 옮김 / 다람)
새해가 밝으면 저절로 나이 한 살을 먹듯이 생각도 한 뼘 정도는 자랄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양질의 생각을 하는 힘이 자라는 건 아니다. 어쩐지 나이를 먹을수록 원숙해지긴커녕 빛바래져 가는 사고력에 슬퍼하기에 이르다. 나만의 좋은 아이디어를 찾으려다 생각이 아닌 고민으로 머릿속이 탁해졌다면 얼른 ‘어른의 생각법’을 펼치길 권한다.
마음이 급한 당신에게 이 책은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구구절절한 설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간결하지만 강렬한 짧은 문장들로 머릿속이 복잡한 당신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부담 없이 넘긴 책장 속에서 당신이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맨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짜릿함을 맛보시라!(황예린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그림자 무용(haemak 지음 / buvif)
잠시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해막(haemak)이 찍고 쓴 사진과 문장들을 엮은 사진집. ‘빛이 있어 저마다 다르게 각별해지는 어둠을 포착’한 한 장의 사진에 한 줄의 문장이 함께한다.
아파트에 비치는 교회 십자가의 그림자 옆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우리의 ‘믿음’이 있고 해 질 녘 노을 아래 길게 뻗어 있는 그림자 옆엔 보이지 않고 존재하기만 한 우리의 ‘평범한 날’이 있다.
제목인 ‘그림자 무용’은 어느 순간엔 빛의 무용(舞踊)이 되지만 또 어느 순간엔 다시 그림자가 되는 이 책 속 사진들을 뜻하는 말이다. 춤이 되지 못한 무용(無用)한 몸짓들도 더없이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퍽 다정하다.
그림자를 연상시키는 진회색의 표지, 검은색의 면지와 헤드밴드, 빛을 연상시키는 백박 후가공과 흰색 실의 사철제본, 표지 모서리 부분 사각 모양의 형압을 사용해 부착한 ‘그림자 무용’의 사진이 스러지는 듯하면서도 힘 있는 이 책의 사진들과 잘 어울린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지금 같은 계절에 읽기 좋다. (김미향 / 출판평론가.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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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엄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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