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신·구 권력 충돌 일파만파…윤 대통령 당무개입 논란 확산
‘김건희 리스크’ 대응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강 대 강’으로 충돌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받은 한 위원장은 임기 완주 의사를 확고히 했고, 대통령실은 침묵 기조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당장 확전에 나서진 않았지만 봉합은 미지수다. 윤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 확산과 함께 79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여권의 ‘총력체제’가 휘청이게 됐다. 국정운영 책임자와 여당 사령탑이 중대 시험대에 섰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비대위원장 직무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 전날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사퇴 요구가 전달된 것이 당무 개입이라는 지적에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가 있었고 이를 거부했다고 확인한 셈이다. 당무개입 여부를 두고도 “평가는 제가 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은 방어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침묵 기조로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오전에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앞선 네 차례 토론회에는 모두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생중계 30분 전 불참을 공지한 이유로 ‘컨디션 난조’를 들었지만 한 위원장과의 갈등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일부 참모들을 한남동 관저로 불러 심야 회의를 열고 사태 수습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당정 갈등이 커져서 파국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뜻을 모았다는 전언도 들린다.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발언을 자제했다. 한 위원장의 사퇴 거부 의사 표명 이후 공개적인 후속 대응은 삼가면서 여당 내부와 여론을 살피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련의 일에 대해 (당정) 서로 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고 국민들에게 한 몸이 돼서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할 시점”이라며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파장은 확산 중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 실장을 통해 한 위원장 사퇴 요구를 전한 점을 두고 당무개입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당이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임명한 여당 수장을 두고 대통령이 거취 정리를 압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과도한 당무개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대통령실은 전날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밝혔지만 한 위원장이 직접 사퇴 요구가 있었다고 확인하면서 설득력을 잃은 상황이다.
양측 갈등이 수습 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 이번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여당 내에서도 봉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1개 분대에서 떠드는 것이 (전체) 전선에 영향을 미치면 되겠냐”며 “당 내부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몇몇이 ‘쿠데타’를 해보려다 실패 직전에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대응법에 따른 시각차에서 촉발된 데 비춰보면 윤 대통령이 전격 봉합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위원장의 사퇴 요구 일축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집권 2년도 안된 윤 대통령의 여권 장악력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점도 대통령실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의 순항은 어려워졌다.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으면 총선을 앞두고 여권 분열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진화하더라도 ‘임시 봉합’에 그칠 경우 추후 공천 국면과 맞물려 파열음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총선 관련해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깊숙이 개입한 사례가 있었나”라며 “공직자들의 선거 관여,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이 상당히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통과가 핵심인데 난데없이 거취 압박으로 쇼를 벌이고 있다”며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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