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출신 방출 선수, 다시 일어서는 서건창···“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증명하겠다”[스경x인터뷰]
서건창(35)은 KBO리그 인생역전의 상징이었다.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으나 방출되자 군대에 다녀온 뒤 다시 입단테스트를 통해 넥센(현 키움)에서 프로 데뷔할 수 있었다.
‘흙수저’였던 야구 인생은 그 뒤 ‘금수저’로 바뀌었다. 2008년 1군에서 단 1경기 1타석 출전하고 방출됐던 서건창은 그 뒤 처음 1군 무대에 나선 2012년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2년 뒤에는 KBO리그 최초로 단일시즌 200안타의 문을 열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빼어나게 정교한 타격 기술과 함께 빛난 성실함으로 ‘서교수’라 불리며 서건창은 최형우(KIA)에 이어 역대 최고의 신고선수 신화를 썼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몸값도 황금값으로 치솟고 있었다.
그러나 인생은 또 갑자기 한 순간 다른 길로 방향을 틀었다. 시즌 뒤 FA를 앞뒀던 2021년 7월, 서건창은 LG로 트레이드 됐다. FA 등급제가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다. 키움에서 B등급이었던 서건창은 LG로 옮기는 바람에 이적하기 훨씬 어려운 A등급이 됐다. 그 전 겨울 휘몰아쳤던 연봉 자진삭감 논란도 다시 회자됐다. 견디기 어려웠던 시간, 리그 대기록까지 세웠던 ‘서교수’의 타격은 점점 사라져갔다. FA 재수를 선택한 그 시즌 이후로 결국 LG에서 서건창은 빛을 내지 못했다. 서건창은 3년 연속, 끝내 FA 신청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LG에는 새 2루수가 등장했고, LG가 우승한 2023년 말미에 서건창은 방출을 요청했다.
방출 요청은 야구를 접지 않겠다는 의지, 여기 아닌 다른 데서 내 자리를 찾아보겠다는 의지다. 혼자 운동하기를 몇 달, 서건창은 KIA의 손을 잡았다. 연봉 5000만원, 옵션 7000만원에 계약하고 지난 15일 KIA에 입단했다.
신인왕과 MVP를 모두 차지한 리그 최초 200안타 타자지만 FA 한 번 신청해보지 못하고 방출 선수가 된 서건창의 기구한 운명은 이제 다시 또 전환점을 준비한다. 무엇보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지난 4년간 가슴과 머릿속에 얹혀 있던 무거운 짐들이 어느 정도 떨어져 나간 기분이다.
서건창은 21일 기자와 통화에서 “혼자 운동하는 동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생각보다 스트레스 안 받고 운동만 하고 지냈다. 몇 년 동안 많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여러가지가 겹쳤고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다보니 몸도 따라 힘들고 마음은 조급해졌던 것 같다. 다 핑계이기는 하다. 그런데 최근에 편해졌다.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제 편해진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올해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건창은 2루수에서만 골든글러브를 3차례 차지했다. 국가대표 2루수였다. KIA에는 FA 계약을 한 주전 2루수 김선빈이 있다. 서건창은 주전이 아니다. 그러나 주전 이상으로 KIA가 영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선빈 뒤를 받칠 2루수가 없다는 것은 부상이 잦았던 KIA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서건창을 통해 KIA는 확실한 ‘내야 2진’을 다지게 됐다. 현재 주인이 없는 1루에도 종종 기용할 계획이다. 내야에 베테랑 서건창의 등장으로 확실한 긴장효과가 생긴다. 김종국 KIA 감독도 “내야 뎁스가 훨씬 좋아지게 됐다”고 그 합류를 반기고 있다.
주전이 아니지만, 지금 서건창의 마음은 최근 몇 년 사이 어느때보다 가볍다.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유니폼을 입는다. 서건창은 “뻔한 각오를 다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다시 내 야구를 하고 싶다. 그동안 경기를 많이 못 나갔다. 많이 출전해서 증명하겠다. 출전기회를 만드는 것 자체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로 트레이드 됐던 2021년 144경기를 뛴 것을 마지막으로 지난 2년 간 서건창은 121경기 373타석밖에 서지 못했다. 제대로 뛰지 못하고 아깝게 가버린 시간을 이제는 다시 ‘역전’ 시켜볼 차례다.
서건창은 “성적이 안 나면 누구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안 돼서 계속 도전했었고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기 때문에 지난 날 했던 결정들에 대해서 후회는 하지 않는다”며 “좋은 팀에서 뛸 수 있게 돼 기쁘다. 우승 전력에 가까운 팀이고 그 중 부족한 부분이 있어 나를 불러줬다 생각한다. 팀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팀 성적과 내 성적으로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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