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외친지 30년 … 서울~강원 빼면 東西를 잇는 철도 없어"

우성덕 기자(wsd@mk.co.kr) 2024. 1. 22. 16: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특별법이 이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하자 대구와 광주에선 분노에 가까운 원성이 쏟아졌다.

8조원 안팎이 소요될 이 사업을 놓고 한쪽에선 "예타 면제는 포퓰리즘"이라 비판하고 반대쪽에선 "지방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아예 하지 말자는 논리"라고 반박한다.

-대구와 광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선 달빛철도 예타 면제에 대해 썩 공감하지 않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달빛철도 예타 면제 촉구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대담 = 노원명 사회부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7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날 홍 시장은 지역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 이승환 기자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특별법이 이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하자 대구와 광주에선 분노에 가까운 원성이 쏟아졌다. 8조원 안팎이 소요될 이 사업을 놓고 한쪽에선 "예타 면제는 포퓰리즘"이라 비판하고 반대쪽에선 "지방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아예 하지 말자는 논리"라고 반박한다. 본지는 '예타는 필수'라는 관점에서 이 사안을 보도해 왔으나 이것이 반대편 의견을 묵살한다는 의미는 될 수 없다. '달빛철도'는 지방 소멸 시대 국토 개발에 대한 관점이 충돌하는 지점이고, 우리 사회는 이 갈등으로부터 모두가 공감할 교훈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7일 대구시청에서 홍준표 시장을 만나 달빛철도 예타 면제 논리를 대표하는 그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대구와 광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선 달빛철도 예타 면제에 대해 썩 공감하지 않는다.

▷지방 SOC 사업에 경제성을 따지면 지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수도권 일원만 그게(예타 통과) 가능하다. 지금 예타 기준에 맞추려고 하면 SOC 시설은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지방 소멸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의료, 교육 등 모든 SOC 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니 지방 사람이 서울로 올라가는 거다. 이런 현상이 과연 옳은가.

-균형발전은 좋지만 경제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나.

▷우리나라 모든 철도망이 서울을 중심으로 깔려 있다. 국토 균형발전을 외친 지가 30년이 됐는데 서울에서 강원도 가는 노선을 빼면 동서를 잇는 철도 하나가 없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도대체 어떻게 균형발전을 하자는 말인가.

-달빛철도가 왜 필요한가.

▷대구경북 신공항과 연계해서 봐야 한다. 지난해 인천공항에 드론이 하나 뜨자 48분간 항공기 운항이 금지된 적이 있었다. 인천공항은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있다. 유사시 전쟁을 하려면 중대형 수송기가 떠서 전쟁 물자를 들여와야 하는데 장사정포로 인천공항을 때리면 하늘길이 막힌다. 인천공항을 대체할 '안보 공항'으로 대구경북 신공항이 가장 적합하다. 또 지금 국민의 98%가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간다. 전라도, 경상도에서 유럽이나 미주 등 해외에 가려면 하루 전에 인천공항까지, 당일에 가더라도 새벽에 출발해야 한다. 후방에도 장거리 노선 공항이 있으면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사람들이 인천까지 갈 이유가 없다. 달빛철도가 연결되면 대구경북 신공항이 인천공항을 대체하고 후방의 안보와 경제 공항 역할도 할 수 있다.

-지방 공항에 대해서도 여론이 좋은 것만은 아닌데.

▷2006년 중국 쓰촨성에 있는 청두 국제공항에 간 적이 있다. 그때 청두 국제공항은 김해공항보다 더 시골이었다. 지금 청두시는 청두 국제공항 때문에 유럽이나 남미, 미주로 하늘길이 열리면서 중국 첨단산업의 중심이 됐다. 과거 쓰촨성은 중국에서도 오지 중 오지였는데 중국의 첨단산업이 쓰촨성으로 몰려왔고 청두시는 중국의 4대 도시가 됐다. 다 공항 덕분이다. 1980년대까지는 경제 개발의 기본 축이 고속도로였다. 이제는 공항이다. 항공화물 비중이 36%나 된다. 우리나라 항공화물의 대부분은 인천공항을 통해 수송된다. 그러니 수도권 이남으로는 첨단 산업이 안 내려온다. 지방에도 공항을 만들어놓으면 안보 측면과 아울러 경제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거다. 자연스럽게 산업 재배치가 되면서 국토 균형발전이 되고 수도권 리스크를 흡수하게 된다.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앉아서 예타 면제를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고집을 피우니 대한민국이 요 모양 요 꼴이다.

-경제 발전 단계가 다른 중국과 단순 비교는 곤란하지 않을까.

▷달빛철도가 생기면 1시간 만에 대구경북 신공항으로 올 수 있는데 호남의 500만 여객과 물류가 인천까지 가겠나. 대구경북 신공항으로 올 수밖에 없다. 거대한 남부 경제권이 생기는 거다. 예타는 이런 미래의 경제적 효과를 셈에 넣지 않는다. 그뿐인가. 영호남 갈등으로 생기는 대한민국 전체의 유·무형 손실도 계산에 넣지 않는다. 영호남을 공동 경제권으로 묶어 갈등을 완화하는 효과만으로도 달빛철도는 무조건 해야 되는 거다. 내가 말한 논리대로 예타를 하면 달빛철도의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1이 넘어 경제성이 있다. 대구경북 신공항으로 몰리는 여객 물류까지 다 검토하면 말이다.

-그렇게 예타를 설계해서 하면 되지 않겠나.

▷시간 때문이다. 달빛철도는 2030년 대구경북 신공항 개항에 맞춰 건설하는 게 중요하다. 예타를 하면 몇 년이 걸릴지 알 수가 없다. 과거 정부들을 보라. 이명박 정부 때 61조원, 박근혜 정부 때 25조원, 문재인 정부 때는 120조원이나 예타 면제를 했다.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의 예타 면제를 문재인 정부 때 했다. 달빛철도보다 훨씬 예타가 안 나오는 사업인데, 시비하는 사람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 때 예타 면제를 많이 해서 빚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전 국민을 상대로 현금 퍼주기를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120조원 예타 면제를 할 때 기획재정부는 뭐 했나. 그때는 가만있던 공무원들이 달빛철도에만 그렇게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달빛철도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모두 약속한 공약이다.

-예타 제도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예타를 하더라도 수도권과 지방의 기준이 달라야 한다.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정성적 요소 평가가 제1의 기준이 돼야 한다.

-광주 쪽 목소리는 어떤가.

▷달빛철도 노선의 70%는 전라도가 차지하고 있다. 광주가 우리보다 훨씬 더 절박하다. 정당별로 봐도 민주당이 더 적극적이다. 우리 당(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자신이 발의한 법안을 자기가 저지하는 행태를 보인다. 특별법을 발의한 261명의 의원이 다 그렇다. 그게 무슨 국회의원인가. 그런 사람은 기초의원을 시켜서도 안 된다. 그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라고 앉아 있으니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가 있나. 발의에 대한 책임을 져야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여권이 들고 나온 메가시티 구상은 어떻게 보셨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서울이 인근 시군을 합치지 않아서 발전을 못했나. 서울은 지금도 메가시티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학군, 교통 혜택을 당근으로 주면서 인근 시군을 다 흡수하려고 하는 게 정상인가. 선거를 노리고 하는 얄팍한 짓이다. 그건 국토 균형발전이 아니다. 지금 서울에서 하는 걸 봐라. 지하철이 있는데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도 만들고 온갖 국가 예산은 수도권에만 다 투입되고 있다. 지방은 방치하고 지방에서 뭐 하려고만 하면 무조건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식이니 나라가 기형적으로 발전하는 거다.

-균형발전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이 다시 활기를 찾을 방안이 없겠나.

▷우리나라가 중진국으로 도약하게 된 배경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중화학 공업을 육성했기 때문이다. 이후 반도체나 첨단 산업을 육성해 선진국 문턱을 넘어섰다. 지금 그 한계점에 와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산업 재개편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도약이 어렵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제로성장 시대가 올 것이다. 산업 재편이 시급하다.

-정치가 중요하다.

▷과거에는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또 기업을 지원하면서 바뀌었다. 민주화 이후에는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국가 경쟁력을 위해 설계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정치의 공간이 협소해지는 이유는.

▷집권하면 나라를 선진대국으로 만들어가는 청사진을 그리는 게 아니라 좌우 대립으로 모든 시간을 소비하니까. 정치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통찰력이다. 통찰력을 영어로 말하면 인사이트(insight)와 포어사이트(foresight)가 있다. 인사이트는 현재의 문제를 냉정하게 분석하는 능력이고, 포어사이트는 혜안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이후 어느 지도자도 통찰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집권만 하면 좌우 대립으로 5년을 보낸다. 그렇게 된 지 20년도 넘었다. 에너지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쓰여야 하는데 진영 대립에 갇혀 옴짝달싹도 못한다. 그러니까 혼란스러운 것이고 나라에 방향이 없는 것이다.

-얼마 전 이재명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됐다.

▷그 사건의 본질은 테러다. 서울대병원에 간 게 본질이 아니다. 어느 병원에서 치료받을지는 당사자가 결정할 문제다. 그걸 두고 특혜 시비를 운운하는 것은 비열한 처사다.

-대구경북은 부산경남에 비해서도 더 중앙의 관심이나 지원으로부터 소외된 느낌이 있다.

▷부산은 '스윙보터'이고 대구경북은 아니니까. 뭐 어쩌겠나.

홍준표 시장

△1954년 경남 창녕 출생 △1972년 대구 영남고 졸업 △1978년 고려대 법과대 행정학과 졸업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제15·16·17·18대 국회의원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2011년 한나라당 대표 △2012~2017년 경남도지사 △2017년 초대 자유한국당 대표 △제21대 국회의원 △ 2022년 대구광역시장

[대구 우성덕 기자 정리]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