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서에 'V'표식·면접 점수 높더니…군수 조카였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군수 재직 시절 자기 조카 등 특정인을 군내 의료원에 부정 채용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항로(66) 전 진안군수가 10년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전주지검 형사1부(원형문 부장검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이 전 군수와 당시 비서실장 A(56)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군수는 2014년 10∼11월 비서실장 A씨를 불러 특정인 등 6명을 의료원 직원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이 중 2명은 이 전 군수의 조카였다.

A씨는 이후 보건소와 의료원에 군수의 지시사항을 알렸다. 담당 공무원들은 다시 면접관에게 이러한 내용을 전달했다.

공무원들은 면접관이 특정인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대상자 지원서에 '체크(V)' 표식을 남겼다.

결국 이 전 군수가 A씨에게 언급한 6명 모두 면접점수를 높게 받아 의료원 직원으로 최종 합격했다.

검찰은 2020년 3월 이 사건을 수사했으나 범행에 가담한 공무원들이 '군수님은 관련 없다'고 진술하면서 이 전 군수와 A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채용 비리에 연루된 공무원 4명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이 전 군수가 부정 채용을 지시했다'는 구체적 증언을 확보하고 사건을 재수사해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이 사건은 군수의 조카를 선발할 당시부터 부정 채용 의혹이 제기됐으나 지역사회 친분 탓에 수면 위로 떠오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검찰 관계자는 "공공기관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중요한 사안임에도 피고인과 공범들에 의해 10년간 진실이 은폐돼왔다"며 "이번 수사로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진리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피고인의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 수행을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군수는 2017년 유권자들에게 추석명절 선물로 홍삼 엑기스를 돌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을 확정받아 군수직을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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