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리더에게 매일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일에 치인다고 한다. 요즘 일상에 지친, 표정 없는 모습의 나를 거울을 통해 본다. 그 해맑던 웃음은 찾아보기 힘들고, 피곤한 눈, 윤기 없는 얼굴, 이마의 주름살은 언제 생겼는지 모르겠고, 온 몸에 힘이 없는 마치 패잔병과 같다.
사무실 문을 열고 “좋은 아침” 외치며 자리에 앉는다. 9시 출근이지만, 1시간 전 자리에 앉는 것이 20년 넘게 습관이다. 사무실을 보니, 김부장 혼자 앉아 있다. 매일 일찍 출근하지만,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점심 시간과 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이석하는 일이 거의 없다. 무엇을 하는지, 무엇이 고민인지, 어떤 조언이나 도움을 원하는지 궁금하지만, 나이도 직급도 있는데 불러 물어보기도 불편하다. 본부장실에 불이 껴져 있다. 인사하러 본부장실로 간다. 갑자기 커피 한 잔 하자고 한다. 커피 두 잔을 뽑아 자리에 앉으니, 애로사항이 무엇이냐 묻는다. 특별히 없다고 하니, 고민을 하라고 하며 일하자고 한다. 자리에 앉아 무슨 뜻인가 고민스럽다. 팀원들이 출근하며 인사를 한다. 가벼운 아침 미팅을 시작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오늘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다.
11시에 본부장 보고가 있다. 12시 거래처 CEO방문이 있다. 2시에 10억 프로젝트 제안을 해야 하며, 5시 CEO 개별 면담이 있다. 6시반에 외부 고객과 저녁이 있다. 본부장 보고가 생각보다 늦어져 12시 임박해 본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미팅에서 나와 거래처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해 점심시간이기 때문에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다. 사장은 알았다고 한다. 내려가기 전 식당 예약을 해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내려가 식당을 찾는데, 전부 만원이다.
결국 설렁탕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마치고 회의실로 안내했다. 거래처 사장은 구매 단가에 대한 조정을 요청했다. 여러 요인으로 회사 사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구매 단가의 급격한 인상을 제고해 달라고 한다. 회사는 전쟁 등 국제 원가의 인상으로 구매 단가의 인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서로의 사정이 있어 논의가 길어지며, 2시 프로젝트 제안을 위해 출발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팀원들이 지금 출발해야 한다고 문자가 온다. 거래처 사장에게 합리적인 결정을 해 연락을 달라고 했다. 거래처 사장은 지금 결정해 달라고 한다. 어렵다고 한 후, 그러면 우리의 결정을 메일로 전달하겠다고 하고 급히 프로젝트 제안 장소로 향했다. 프로젝트 발표가 앞에서부터 지연되어 4시에 발표를 시작하여 4시 40분에 끝냈다. CEO에게 문자로 사정을 적어 30분 정도 늦는다고 했다. 5시 반에 CEO면담이 시작되었다. 성과에 관한 당부 사항, 일하는 마음가짐은 좋지만, 일하는 방법에 많은 문제가 있다며 구체적 사례와 질책과 조언이 이어졌다. 6시반 임박해 면담이 마무리되었다. 외부 고객에게 10분 늦는다고 문자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생각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리더로서 매일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많은 리더들이 일과 시간 속에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앞의 사례처럼 시간에 쫓기어 해야 할 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게 된다. 하루가 매우 바빴지만, 뭐 했나 생각하면 성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상사나 팀원 입장에서 보면, 팀장은 뭔지 모르지만 바쁘고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도대체 결과가 무엇이며, 왜 저렇게 일할까? 답답하기만 하다. 리더로서 무엇을 잘못했을까?
리더가 매일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우선순위를 정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아침 출근하여 ‘영혼 있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가장 먼저 할 일은 ‘오늘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 일의 앞 뒤 시간은 충분히 여유롭게 해야 한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중요한 일은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가 높은 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한다. 지원이나 협력을 해야 할 사람에게 사전 공지하여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집중해야 할 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해 요인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 바로 ‘오늘 우선순위 6가지’이다. 매일 6가지 우선순위 일을 정하고, 그 일들의 시간과 결과물을 적는 것이다. 그리고 집중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을 강조하여 주변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닌, 상사와 팀원 그리고 일과 관련된 사람에게 공유하여 일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도록 공유하는 것이다.
‘오늘 우선순위 6가지 작성과 공유’의 효과는 매우 높다.
우선, 상사는 내가 오늘 무엇을 하고, 그 결과물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신뢰가 생기며, 부가가치가 낮은 일을 지시하지 않는다. 집중 시간에 부르거나, 방해를 하지 않고 지원한다.
직원들도 자신이 해야 할 일과 마감을 알고 사전에 보고하거나 협력한다.
일과 관련된 사람들도 당일 숙지와 정해진 일이나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없게 된다.
무엇보다 일의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집중하게 되고, 더 가치가 높은 일이 아닌 일이라면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우선 순위 6가지는 하루 일과가 외부 요인에 의해 흔들림이 적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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