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일본보다 편하다고? 토너먼트에 쉬운 상대는 없다[심재희의 골라인]
일본 or 사우디? 중요한 건 우리 전력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과거 월드컵에서 사용했던 24개국 조별리그 시스템은 경우의 수가 다양하게 나온다. 24개 팀 가운데 8개만 떨어지고, 와일드카드 4장까지 존재해 16강 구성이 쉽게 점쳐지지 않는다. 보통 E조와 F조는 다른 조보다 16강 윤곽이 조금 더 잘 보인다. E조 1위는 D조 2위, E조 2위는 F조 1위, F조 2위는 B조 2위와 16강전을 치르기로 이미 결정돼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E조에 속했다. 조 3위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오르지 않는 이상 16강전 상대는 D조 2위 아니면 F조 1위로 정해질 운명이었다. 바레인을 3-1로 꺾었지만 요르단과 2-2로 비겨 E조 2위를 달리고 있다. 25일 말레이시아와 경기와 같은 시간 벌어지는 E조 바레인-요르단전 결과에 따라 한국의 조별리그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
조별리그 최종전을 남겨둔 현재 상황을 종합하면, 16강전에서는 일본 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D조 2위를 노린다. 24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와 2위 결정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2위가 된다. 조 선두는 차지할 수 없다. 이라크에 1-2로 져 상대 전적에서 밀린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순위 결정 기준은 승점-상대 전적-골득실-다득점 순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F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연승을 기록하면서 승점 6을 획득했다. 26일 태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가진다. 이 경기에서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내면 조 선두를 확정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태국에 앞서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승점을 따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면 승점 7이 되는 태국에 조 선두 자리를 내준다.
여러 사람들은 일본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편한 상대라는 의견을 비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본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을 정도로 전력이 탄탄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조직력과 수비력은 기대 이하다. 약체 베트남에 두 골을 내줬고, 이라크의 헤더 슈팅 두 방에 나가떨어졌다. 반면에 사우디아라비아는 두 경기에서 4득점 1실점을 기록했다. 오만전에서 극적인 2-1 역전승을 일궈냈고, 키르기스스탄을 2-0으로 완파했다. 선수 개인기와 팀 공수 밸런스가 모두 좋았다.
개인적으로 볼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일본보다 우리에게 더 까다로울 수 있다. 한국은 '중동의 복병' 바레인과 요르단을 상대로 고전했다. 특히, 요르단전에서 상대 공격수들의 개인기에 다소 밀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요르단 선수들보다 더 좋은 개인기를 갖추고 있다. 중동의 이점까지 지녀 상대하기가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일본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팀 컨디션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좋지 않다. 특유의 패스게임 정확도가 한참 좋을 때에 못 미치고, 수비에서는 공중볼 약점을 확실히 노출했다. 장점은 약해졌고 단점은 부각돼 빈 틈이 어느 정도 보인다.
클린스만호가 일본을 16강전에서 피하기 위해서 말레이시아전에서 일종의 '작전'(?)을 쓸 수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황당한 이야기일 뿐이다. 2연패로 탈락이 확정됐지만, 말레이시아의 지휘봉은 김판곤 감독이 잡고 있다. 한국 축구를 잘 아는 사령탑이 지휘하는 팀을 상대로 어정쩡한 승부를 벌이다가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 복잡한 생각은 접어야 한다. 1, 2차전에서 나온 약점을 잘 커버하면서 말레이시아를 시원하게 꺾고 토너먼트를 준비하면 된다.
아직 16강 대진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16강 토너먼트 이후 상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만큼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열망이 뜨겁게 때문이다. 일본-이란-카타르 혹은 사우디아라비아-호주-이라크. 얼핏 보면 왼쪽이 더 어려운 길로 느껴진다. 하지만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별 차이가 없듯, 이란과 호주도 상대하기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나는 길이 일본 쪽보다 편하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토너먼트 승부에서는 쉬운 상대가 없다.
[손흥민(위), 한국 대표팀 선수들(중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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