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사퇴로 ‘트럼프 대세론’ 더 굳어지나…“득표율 60%도 가능”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두번째 경선인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트럼프 대세론’에 과연 균열을 내는 것이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무대로 주목을 받았다. 고학력자, 중도층, 무당파 유권자 비중이 높은 인구 특성상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햄프셔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경선을 이틀 앞둔 21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전격 사퇴 및 트럼프 지지 선언으로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인 우위가 재확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화당 뉴햄프셔 지부 전략가인 마이크 데너히는 “디샌티스의 사퇴로 헤일리가 트럼프의 득표율을 50% 미만으로 억제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졌다”면서, 트럼프가 60%까지 득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디샌티스가 사퇴한 후에서야 공화당 경선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서 “디샌티스의 사퇴와 트럼프 지지 선언은 뉴햄프셔에서 트럼프에 타격을 입히거나 역전을 꿈꾸는 헤일리의 도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 방송도 트럼프-헤일리 1대1 대결 구도가 조성됐지만 “트럼프의 3연속 공화당 후보직 확정을 지연시키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뉴햄프셔에서 만난 트럼프 지지자들도 디샌티스의 경선 사퇴 소식에 들뜬 분위기였다. 로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트럼프 유세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한 70대 부부는 “디샌티스 사퇴는 트럼프에는 완벽한 호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트럼프는 비벡(라마스와미)와 팀(스콧)에 이어 디샌티스까지 품에 안았다”며 “이들의 지지율을 합산하면 60% 득표도 불가능은 아니다”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장소인 뉴햄프셔주 로체스터 오페라 하우스 앞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입장 시간 세 시간 전부터 줄 지어 서 있다. 로체스터(뉴햄프셔)/김유진 특파원

실제 CNN과 뉴햄프셔대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디샌티스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선호로 기울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샌티스 지지자 가운데 62%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반면, 헤일리 전 대사에 투표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30%에 그쳤다. 디샌티스 주지사 자신도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헤일리 견제’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다만 대선 주자 중 ‘반트럼프’ 색채가 가장 강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의 경우 아직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달리 당원 뿐 아니라 비당원도 투표할 수 있다. 당적이 없어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것인데, 투표 당일에도 무당파가 원하면 당에 가입해 투표한 뒤 다시 당적을 버릴 수 있다.

특히 뉴햄프셔는 인구 138만명에 백인이 90% 이상이나 되지만 중도 성향 및 무당파 유권자가 많다. 이 때문에 선거전 초반 전국적인 표심을 엿볼 수 있는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또한 대졸 이상 인구가 49%에 달하고 소득 수준도 미국 평균을 상회한다는 점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지지를 넓힐 수 있는 곳으로도 꼽혀 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