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신입교육·인사고과 척척 … HR혁명 시작됩니다"
2024년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기업과 개인의 성과를 촉진시키는 '생산성 혁명'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성형 AI 기술 발달로 개발팀 규모를 줄여 탄력적으로 운영하거나 1인 기업 형태를 띤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크게 높인다면서 "AI는 향후 10년 안에 전 세계적으로 연간 4조달러(약 5350조원)의 생산성을 창출할 것이다. 기업과 국가가 엄청난 경쟁력을 갖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AI를 무기로 만드는 기업(개인)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차이는 극명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턱대고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이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업무에 따라서는 AI 이용이 오히려 생산성을 낮추는 사례도 있다. AI가 잘 못하는 복합적 성격의 업무까지 AI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경우가 그렇다. AI가 막상 도입되더라도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 효과로 이어지려면 업무와 조직, 보상체계 등 다양한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AI를 적절하게 도입해 기존 고성과자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저성과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묘책이 있을까. 최윤석 가트너코리아 시니어 파트너를 만나 해답을 물었다. 그는 "AI 기술 그 자체보다 AI를 왜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직 차원의 진지한 검토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파트너는 국내외 굵직한 30여 곳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AI 도입 등에 대한 기술 컨설팅을 하고 있다.
우선 최 파트너는 "AI는 전사적 측면에서 접근을 해야 하고 우리 회사가 AI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수반돼야 기회를 인지하고 준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이 AI를 도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내부적으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비전을 세우고 조직원들이 이를 납득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기업에 따라 AI 도입 규모와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파트너는 "막연하게 우리는 뭐든지 다 AI로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 성공할 수 있는 것보다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좀 더 클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스케이스를 확보하고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트너는 2026년 80% 이상의 기업이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모델을 사용하거나 프로덕션 환경에 생성형 AI 지원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23년 초 5% 미만이었던 수치에서 대폭 증가한 것이다. 사전 학습된 대규모 모델, 클라우드 컴퓨팅, 오픈 소스 등의 결합으로 생성형 AI가 보편화되면서 전 세계 업무자들이 AI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완벽히 조성된 것이다. 기업들은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정보기술(IT) 인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AI와 자동화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파트너는 "앞으로 AI가 범용화하면서 단순 도구가 아닌 코치, 동료 등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가트너는 '2024년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에서 '증강·연결 인력(Augmented-Connected Workforce)' 개념을 제시했다.
증강·연결 인력은 AI를 통해 인간 근로자의 가치를 최적화하는 일종의 전략이다. 2027년까지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의 25%가 증강·연결된 인력 이니셔티브를 활용해 핵심 역할의 역량 확보 시간을 50%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가트너의 예측이다.
최 파트너는 2024년 정보기술 업계를 관통하는 기업 경영 화두로 '성장'을 제시했다. 그는 "성장이라는 화두는 지난 7~8년간 변하지 않았다"면서 "성장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어떠한 면을 더 포커스(집중)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율화시켜서 투자에 대한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회복력'이다. 기술 혼란과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에 임시방편적인 대응보다는 과감하게 행동하고 전략적으로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시점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최 파트너는 "불확실성과 변화 주기가 예전보다 더 짧아지고 파장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리질리언스(회복력)와 애자일(신속) 두 단어는 향후 몇 년 간 계속 중요하게 쓰일 것"이라고 했다.
최 파트너는 "디지털 시대에서 포스트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데이터양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 또한 올해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가트너는 2024년 전 세계 IT 지출이 2023년보다 8% 증가한 총 5조7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광범위한 AI에 대한 투자가 전반적인 IT 지출 증가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AI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데이터 오염 등도 앞으로 기업들의 관심사로 떠오를 수 있다. 가트너가 IT 및 보안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2%는 생성형 AI의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각(14%), 보안(13%), 오용(12%)보다 더 큰 리스크로 개인정보를 꼽은 것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기술 관리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최 파트너는 지난 20년간 호주, 뉴질랜드, 태국, 브라질, 스페인, 한국 등에서 IT프로젝트를 관리한 업계 전문가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가트너에서 시니어 파트너로 주요 기업 최고정보관리책임자를 비롯해 고위 임원들에게 자문하고 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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