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에 운명 걸렸다"..40개 韓기업, 워싱턴에 집결..'경제안보 비상등' 로비 새판짠다
[파이낸셜뉴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국내 주력기업들의 올해 대미 로비액이 사상 최대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바이든 정권의 수혜 업종으로 불리는 배터리·전기차·반도체 및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들을 중심으로 정책 변동성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미국 워싱턴 현지에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정도만 사무소를 뒀으나, 현재는 중견기업까지 가세해 40여개사가 워싱턴에 사무소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미국 워싱턴의 현지 소식통은 "현재 미국 워싱턴에 대미 로비 등을 위해 사무소를 설치한 한국 대기업은 22~25개사 정도이며, 중견기업들을 포함하면 대략 40개사가 미국에서 대관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LG전자, LG화학, SK, SK하이닉스 등이 대표적인 대미 현지 활동 기업들이다. 한화도 지난해 워싱턴 미 국방부 근처로 둥지를 틀었다. 또 다른 현지 관계자도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책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 기업들이 국내 대관 활동뿐만 아니라 미국 대관 업무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뜬 거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정책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서울 양재동 본사의 해외 대관 업무와 관련된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북미권역본부장을 겸하고 있는 호세 무뇨스 사장이 현대차의 미국 대관 업무를 총괄했으나, 현재는 외교부 북미2과장을 거친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출신의 김일범 GPO장(부사장)이 워싱턴DC 사무소의 정보를 취합해 전략을 수립하는 구조로 전환했다. 또 이달 미국 정통 외교 관료 출신의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를 자문역으로 영입하는 등 대관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배터리 산업 육성과 직결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를 주장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미 정가와 소통채널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관련 기업들은 중국산 배터리 핵심 광물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미 정부를 설득해야 할 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2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북미법인 대외협력팀장 겸 본사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LG는 2022년 2월 조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미국 워싱턴 공동 사무소장으로 임명했다. 포스코는 2021년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미국 법인의 고문으로 영입했고, 작년 하반기에는 조지아주에 위치한 대관사무소를 아예 워싱턴으로 옮겼다. 한화솔루션은 작년 3월 바이든 대통령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대니 오브라이언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을 북미법인 대관 담당 총괄로 영입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쓴 로비액도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올해 최고조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 자금 추적 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삼성(삼성전자 미국 법인·삼성전자 반도체·삼성SDI 미국 법인·이매진)이 지난해 1·4분기부터 3·4분기까지 대미 로비에 지출한 금액은 497만5000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 미국법인·슈퍼널·현대제철)은 지난해 1·4~3·4분기까지 247만달러의 대미 로비 자금을 썼다. SK하이닉스(SK하이닉스 미국법인·솔리다임)는 대미 로비를 위해 지난해 3·4분기 누적 334만달러를 지출했다.
기업들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IRA를 폐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의 분야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에 나서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손실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경영계획을 완전히 새로 짜야한다. 반도체법도 손질이 가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석영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법무법인 광장 고문)는 "11월 5일에는 미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연방 상원의원 34석, 연방 하원의원 435석 전원에 대한 선거도 동시에 치러진다"며 "대통령의 의회 장악 여부도 변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장민권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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