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늘리면 건보료 수조원 폭증" 주장...정부 "오히려 줄어" 반박

박미주 기자 2024. 1. 2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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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대 정원 3000명 늘면 2040년 의료비 52조 추가 증가" 주장
복지부 "객관적 통계 보면 의사 수와 의료비 간 상관관계 없어, 의사 늘면 오히려 임금상승률 완화돼"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할 경우 앞으로 건강보험료가 연간 수십조원 증가할 수 있다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측의 주장을 정부가 반박하고 나섰다. 의사 수 증가가 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상관관계가 없고 오히려 의료 인건비 상승률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 확정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의사 수 확대의 필요성을 논거로 쌓아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정부에서 의료개혁을 추진하려는 의욕이 높아서 각종 나오는 내용을 국민께 잘 알려야 할 필요가 있어 통계나 대응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의협이 주장하는 유인 수요의 가설은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고 의사 공급이 늘면 수요가 무한히 창출되는 것이 아니고 임금 상승률 완화에도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의협이 의대 증원으로 의사 수가 늘면 의료비가 폭증할 것이라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다.

앞서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의 우봉식 원장은 지난 19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건강보험과 의료개혁 없는 의료인력 조절은 안 된다'를 주제로 한 의료개혁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국민의료비 결정요인에 대한 실증분석을 한 결과 인구 1000명당 의사 1명이 증가할 경우 의료비가 약 22%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1인당 의료비는 159달러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 의대 정원이 350명 늘어나면 현상을 유지할 경우보다 요양급여비용이 늘어 2040년엔 약 6조원이 추가로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의대 정원을 2000명, 3000명 늘릴 경우 2040년 요양급여비용은 각각 368조1406억원, 385조3873억원으로 현상을 유지했을 때(241조5381억원)보다 약 35조원, 52조원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이에 따라 국민 1인당 월 6만원, 8만5000원의 의료비가 증가할 것이는 추산이다.

우 원장은 "보건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해 의료 서비스 공급자가 서비스 제공을 늘려 이익을 증가시키는 유인수요가설을 보여주고 있다"며 "보건의료 지표 중 의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의사 수와 병상 수인데 건강보험 재정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의사 수를 대폭 늘리면 어떻게 되겠나. 의대 정원의 정치적 결정은 건보료 폭탄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국책연구원인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팩트 체크'를 요청한 뒤 의협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복지부가 최근 보사연에 의뢰해 받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사 수와 진료비 간 상관관계가 미미했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간 진료비 증가율은 7.9%였고 이 기간 활동 의사 수는 2.6% 늘었는데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보사연은 2.7%의 건강보험 진료비 연평균 증가율에서 의료서비스(2.6%), 고령화(2.1%), 약·치료재료(1.6%)가 주요 영향을 미쳤으며 의사 수도 영향은 있으나 거의 미미한 수준으로 통계로 잡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또 독일의 사례에서도 의사 수와 진료비간 상관관계가 미미하고 일본은 의사 수가 늘어도 수가 통제 등으로 진료비가 감소했다고 짚었다.

사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자료

오히려 의사 부족이 인건비 상승으로 비용을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구인난이 심한 지방일수록 인건비가 높고 의사가 많으면 인건비가 낮다고도 했다.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3.0명이지만 인건비가 1112만원에 불과하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6명으로 더 적은 전남은 인건비가 1683만원으로 더 높았다고도 했다.

의사 부족으로 외국, 타 직종과 비교했을 때에도 의사 인건비가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2020년 OECD 국가 봉직의 임금 소득 현황을 보면 한국이 OECD 평균의 1.8배인 19만5463달러로 1위이고 의사와 변호사는 2011년 소득 수준이 각각 1억5000만원, 1억5200만원으로 비슷했으나 2021년에는 2억6900만원, 1억1500만원으로 소득 격차가 더 심화됐다. 이를 토대로 복지부가 의사 수와 진료비간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의협이 징계를 추진했던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도 상관관계가 미미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의사 수와 의료비간 사이에 기계적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의료제도가 어떻게 돼 있느냐에 따라 의료비가 달라진다는 게 중론"이라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보면 OECD 평균이 한국(한의사 제외)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많은데 GDP(국내총생산) 대비 의료비 규모는 한국이 9.7%로 OECD 평균 9.3%보다 오히려 많다"고 말했다. 이어 "OECD 평균 의사 수에 맞추기 위해 의대 정원을 4~5년에 걸쳐 4500명 정도 늘리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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