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인기 주춤하자…파나소닉, 美 배터리 공장 추가건설 미루나

구스미 CEO "신공장 건설보다 기존 공장 생산량 확대가 우선순위"

일본 오사카에 있는 파나소닉 에너지 본사 /사진=블룸버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수요 둔화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일본 최대 배터리 업체인 파나소닉의 미국 신공장 설립 계획도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구스미 유키 파나소닉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매체와 인터뷰에서 "배터리 사업은 생산성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국에서의 세 번째 배터리 공장 건설을 보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구스미 CEO는 "나는 사람들에 (미국에) 세 번째 지점(공장)을 설립하기 전에 생산성을 철저히 높이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재차 말하고 있다"며 미국 3공장 설립 여부와 시기에 대해 "'타이밍이 맞을 때'에만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사 에너지부에 "세 번째 공장 부지를 결정하는 것보다 기존 투자(공장)에서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지시했다"며 "새로운 공장의 인적 자원 요구 사항 등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생산 현장 수가 적은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신공장 설립보다 기존 공장의 생산량 확대 계획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구스미 CEO의 이 발언은 미국에서 전기차 수요 감소 조짐이 나타나면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기차 생산 계획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전기차 시장의 수요 부진에 파나소닉이 새로운 공장 설립 대신 기존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로 생산 전략을 다시 세운 것이라고 짚었다.

/로이터=뉴스1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지만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수요 증가세는 식고 있고, 수익성도 업계가 예상했던 것만큼 높지 않다. 테슬라가 쏘아 올린 '가격 인하 경쟁'으로 전기차 가격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전기차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며 실제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통화 긴축 정책도 전기차 수요 감소 원인 중 하나다. 로이터는 "높은 (대출 이자로)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더 저렴한 전기차 출시를 기다리며 전기차 구매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파나소닉 배터리 사업부인 에너지부는 앞서 오는 3월 말까지 미국 3공장에 대한 건설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파나소닉은 현재 미국 네바다주에서 배터리 1공장을 운영 중이며, 캔자스주에서는 2공장을 건설 중이다. 2공장의 연간 자동차 배터리 용량은 오는 2031년 초까지 200기가와트시(GWh)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파나소닉은 당초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미국 3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계획했었으나, 지난해 말 해당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당시 사측은 계획 취소의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정부 보조금 지원 등에서 이견이 있었을 것으로 봤다. 일각에서는 파나소닉의 미국 3공장 건설 자체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사측은 "파나소닉 배터리 수요 둔화는 없었다"며 3공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파나소닉은 전기차 시장 선두업체인 테슬라의 오래된 배터리 공급업체다. 회사는 테슬라에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데,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라 배터리 생산량을 전 분기 대비 60% 축소했다고 밝혀 테슬라의 매출 부진 우려를 촉발하기도 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