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빌려 쓰는 우리가 읽어야 할 ‘저기요, 이제 그만해요!’[천지수가 읽은 그림책]
intro
그림책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를 아늑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돼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랄까. 온 우주가 나를 향해 미소 지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휙~ 하고 나를 그 시간으로 보내주는, 그림책은 폭신하고 따뜻한 타임머신이다.
화가 천지수가 읽은 열 다섯번째 그림책은 ‘저기요, 이제 그만해요!’(다비드 칼리 글 / 줄리아 파스토리노 그림 / 엄혜숙 옮김 / 나무말미)다.
‘지구의 환경문제를 이렇게 귀엽고도 뜨끔하게 풀어내다니!’
다비드 칼리가 쓰고 줄리아 파스토리노가 그린 ‘저기요, 이제 그만해요!’는 지구의 환경문제를 다룬 그림책이다. 보통 ‘문제’를 다룬 이야기들은 무겁고 어둡게 표현하게 된다. 그래야 문제의 심각성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화려한 색감과 유아적인 감성의 그림으로 먼저 시선을 끄는데, 책장을 뒤로 넘길수록 가볍지 않은 메시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 자신이 이 귀여운 캐릭터들이 사는 섬에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임을 반성하게 되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아이가 ‘이리 와서, 내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라며 어른의 손을 잡더니, ‘그렇게 살지 마세요’라고 따끔하게 일러주는 기분이랄까?
어느 날, 멀리 떨어진 섬 바닷가에 무언가가 떠밀려온다. 그 섬에 사는 원주민 캐릭터들은 난생처음 본 그 물체를 발견하고는 바다 저편에 있는 누군가가 보내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바다 건너를 향해 인사를 보낸다.
‘저기요! 정말 고마워요!’
시간이 지나 계속 다른 물체들이 섬으로 떠밀려오는데, 그들은 그 물체들을 수집하기도 하고 서로 사고팔거나, 보석·실내장식과 예술품 등으로 만들면서 매우 귀하게 여긴다. 나는 섬의 원주민들이 발견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쓰레기’들을 호기심 가득히 긍정적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서 천진한 어린아이를 연상했다.
줄리아 파스토리노가 창작한 캐릭터들은 매우 독특하고 귀여운데, 외계인 같기도 하고,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상징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오일 파스텔로 그렸는데, 우리가 어려서 그림을 그릴 때 많이 사용한 크레파스와 비슷한 도구다. 그림 재료의 추억이 나의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나는 어느새 이 섬의 어린아이 같은 원주민이 돼 그들의 메시지에 함께 동참하게 된다. 만약에 정말 아이들만 사는 섬이라면? 그런 상상을 하자 ‘우리는 지구를 빌려 쓰는 것일 뿐인데,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정말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섬은 그림책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기요! 고마워요! 하지만 이제 그만 보내요. 괜찮아요!’
아무리 바다 건너편에 소리를 질러서 그만 보내라고 해도, 끝없이 밀려와 바닷가와 섬에 높이 쌓여만 가는 쓰레기들. 그들은 어떻게 처리할까?
글을 쓴 다비드 칼리의 기막히고도 기발한 반전의 이야기는 깜찍하기도 하고, 통쾌해서 웃음 짓게 만든다. 그림책의 가치는 정말 이런 것에서 그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화내지 않고, 재촉하지도 않으며,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알려주고 무겁지 않게 생각하게 하는 친구, 선생님, 엄마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다. ‘저기요, 이제 그만해요!’는 바로 그런 책이다. 잘못을 알고도 혼내지 않고, 조용하고 위트 있는 표현으로 나를 뒤돌아보게 하는 매우 따뜻하고 고마운 책이다. 지구를 빌려 쓰는 우리 모두가 봐야 할 소중한 책이기도 하다.
천지수(화가·그림책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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