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30조 수출, 국회 입법 지연으로 무산 위기…수은법 개정안 처리 시급
5대 시중은행 지원으로도 부족해
[마이데일리 = 구현주 기자] 폴란드에 대한 무기 30조원대 2차 수출 계약이 국회 입법 지연으로 인해 무산될 위기다.
2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폴란드에 한국산 무기 구매 대금을 추가로 대출해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한국수출입은행(수은)법 개정안은 지난 9일 종료된 임시국회에서 한 차례도 심사되지 못했다. 새 임시국회에서도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4월 총선으로 인해 21대 국회의원 임기 내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1월 23일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수은 법정 자본금을 35조원으로 늘리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30조원으로 늘리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안을 상정했다.
수은법 개정 주목적은 바로 방위산업 수출 지원이다. 현행 15조원에 불과한 수은 법정 자본금 규모를 늘려 방산 등 대형 해외 수주를 실제 수출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가장 시급한 건은 폴란드 방산 수출 2차 계약이다.
폴란드 정부는 2022년 7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 전투기 48대, 한화디펜스(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672문, 현대로템의 K2 전차 980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한국 측과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K9 자주포와 K2 전차 물량은 계약을 1차와 2차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폴란드 정부는 기본 계약 한 달 만인 2022년 8월에 17조원어치를 먼저 사들이는 내용의 1차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한국은 폴란드에 한국산 무기를 살 돈을 빌려주고, 폴란드는 이 돈으로 무기를 사고 향후 돈을 갚아 나가기로 합의했었다. 국가 간 대규모 무기 거래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1차 계약에는 수은과 무역보험공사가 6조원씩 총 12조원을 폴란드에 빌려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폴란드가 K9·K2 최대 30조원어치를 더 사들이는 2차 계약을 한국 측과 맺으려 할 때 발생했다. 수은과 무역보험공사 추가 금융 지원이 어려워졌다.
현행 수은법에 따르면, 수은 자본금은 15조원으로 제한돼 있다. 수은법 시행령에 따라 수은은 동일 차주에게 자기자본 40%까지만 대출해줄 수 있다. 현재 수은 자기자본은 자본금 15조원을 포함해 18조4000억원 정도고, 그 40%인 7조3600억원 가운데 6조원은 이미 1차 계약에 썼다. 2차 계약에선 1조3600억원 정도만 폴란드에 빌려줄 수 있다.
그나마 7% 이율 수준 5개 은행 집단 대출(신디케이트론)을 통해 3조5000억원 지원안이 확정됐다.
시중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대비 20%까지만 가능하기에, 5대 은행 추가 지원 잔여 한도는 10조원으로 추산된다.
과거 국제사례로 미루어 보아 수은법이 통과하지 못 하면, 폴란드에 대한 방산 수출이 무산될 수 있다.
과거 미국도 2000년대 초 유럽 경쟁사 대비 소극적인 금융지원으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향 전투기 수출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그러자 계약당 1억달러(1339억원) 수준 차관을 지원하던 미국은 조(兆)단위 금융지원을 가능케하고, 폴란드 정부에 100% 대출 지원을 제공해 F-16 전투기 48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폴란드와 2차 계약에 실패하면 최소 25조원을 넘는 계약이 날아가는 것 이상으로 세계시장에서 한국 방산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외국에 우리 방산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까지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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