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도대체 얼마나 올랐길래…20만원 들고 전통시장 장보기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도대체 물가가 얼마나 올랐길래 아우성칠까?
'제사용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말에 살림 문외한인 기자가 현금 20만원을 챙겨 전통시장을 찾았다.
설 대목을 앞둔 22일 오전 전북 전주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모래내시장 곳곳은 서둘러 명절 준비를 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설'하면 떠오르는 떡국용 떡도 사고 시장 분위기도 파악할 겸 떡집으로 들어갔다.
가게 주인 김미자(59·여)씨는 "떡국떡 가격은 지난해 명절과 비슷하지만, 채솟값이 폭등했다"며 "채소·과일가게에 가보면 물가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떡국용 떡 두 봉지(8천원)를 사서 나오는데 옆에서 두부를 만들던 한 남성은 김씨와 대화를 엿들었는지 "콩값은 20% 이상 올랐고, 하다못해 손님들에게 포장해주는 비닐봉지까지 올랐다"고 가세했다.
상인 말대로 과일 가게에 가니 입이 쩍 벌어졌다.
어른 주먹만 한 사과(부사) 한 개 값이 5천원. 주인 할머니는 2만원에 6개를 건넸다.
상품 가치가 떨어져 명절 전에 싸게 준다고 했다. 만져보니 꽤 오래됐는지 겉이 살짝 쪼글쪼글했다.
주인 강순덕(75·여)씨는 "지금 부사 10㎏ 한 상자값이 15만원"이라며 "사과 작황이 좋지 않아서 팔고 싶어도 좋은 물품이 없고, 상품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올해 갑자기 오른 게 아니라 작년 이맘때도 사과 3개를 2만원에 팔았다"고 말했다.
상상외로 높은 가격에 손님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못했다.
사과 가게 앞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던 김미순(62·여)씨는 "어휴, 왜 이렇게 비싸? 한 개에 5천원?"이라며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며 혹여 다른 가게가 싸게 팔지 모른다는 듯 발을 뗐다.
가게 한쪽의 상처 난 사과를 담은 바구니는 1만원으로 비교적 쌌지만, 제사상에 올리기에는 불편했다.
마음먹고 구매하는 명절용도 이렇게 구매하기 망설여지는데 평소 가정에서 과일을 양껏 먹는다는 건 이제 어려울 듯싶다는 생각이 가게를 나오는 찰나에 스쳐 지나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를 보면 농산물 성수품 중 사과, 배 도매가격(도매시장 내 상회의 판매가)은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지난 19일 기준 사과(후지·상품) 도매가격은 10㎏에 8만8천880원으로 1년 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95.9%, 79.4% 비싸다.
배(신고·상품)는 15㎏에 7만7천740원으로 1년 전보다 66.2% 올랐고 평년보다 46%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대파 한 단에 8천∼1만원, 양배추 한 개에 3천원. 배추 한 포기에 5천원 등 명절에 소비가 많은 채소와 과일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고 한다.
이어 어물전에 들렀다.
길이 20㎝가량의 조기 10마리는 5만원에 팔렸다. 중간 크기의 병어 3마리(5만원)와 꼬막 1㎏(1만원), 냉동 대구포(7천원)를 샀다.
주인은 "채소나 과일에 비해 생선류의 변동은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라면에 김치가 제격이듯 떡국에는 소고기가 들어가야 제맛이기에 정육점으로 향했다.
앞다릿살 두 근(1.2㎏)에 5만5천원을 줬다.
주인 이경남(64·여)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기를 사다 보니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면서 "이게 시대 흐름이 아니겠냐"고 씁쓸해하며 부지런히 소고기를 썰었다.
명절 성수품 외에 가정에서 즐겨 먹는 오징어 진미채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상인 이영신(61·여)씨는 "작년보다 ㎏당 2만원가량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직접 시장 물건을 사는 호기심에 하소연까지 들으며 이거저거 사다 보니 지갑은 1천원짜리 한 장 남지 않고 금세 텅 비었다.
시장을 2시간가량 들러보니 고물가에 상인은 상인대로, 손님은 손님대로 고통받기는 마찬가지였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 여파가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상인의 나직한 말을 들으며 유난히 추운 겨울 한파를 실감했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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