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슨과 스토리, 그리고 김하성…1억5000만 달러도 일리는 있다
이번 겨울, 류현진의 행선지와 함께 한국 야구 팬들의 관심을 끄는 것 중 하나는 김하성(샌디에이고)의 향후 행보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트레이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미국 현지에서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행사할 수 있는 김하성의 몸값이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하성은 2021년 샌디에이고와 맺은 4+1년 계약이 올해를 끝으로 일단 끝난다. 2025년 구단과 선수간 상호옵션이 있는데, FA 자격을 얻는 김하성이 부상이나 부진으로 이번 시즌을 아주 망치지 않는 이상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붙잡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두고 트레이드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와 재계약을 할 경우, 그 금액이 1억 달러(약 1338억원)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이 최근 독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기사에서 밝힌 것에 따르면 샌디에이고가 김하성과 재계약을 할 경우 계약기간은 7년, 총액은 1억3000만 달러(약 1739억원)에서 1억5000만 달러(약 200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약 금액이 이 정도니, FA로 풀릴 경우 구단들 간에 경쟁이 붙으면 몸값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진출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타율 0.260에 17개의 홈런과 60타점을 올렸고, 도루도 38개나 기록했다. 장점인 수비 역시 돋보여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 아시아 내야수로는 최초로 ‘황금 장갑’을 거머쥐었다. 2023년을 기점으로 공격력이 준수하고 2루수와 3루수, 유격수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내야 유틸리티 선수로 성장한 김하성의 가치가 폭등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교롭게도 김하성의 몸값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두 명 존재한다.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과 트레버 스토리(보스턴)다.
스완슨은 2022년 시즌을 마치고 FA 시장에 나와 컵스와 7년 1억7700만 달러(약 2368억원)에 계약했다. 스토리는 스완슨보다 1년 앞선 2021년 시즌이 끝난 뒤 6년 1억4000만 달러(약 1873억원)의 조건으로 보스턴에 입단했다. 둘 모두 김하성보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길고, 성적도 좋았다. 포지션도 같고 FA 시점의 나이대가 비슷해 비교 대상으로 적절하다.
스완슨과 스토리의 흐름은 최근 들어 엇갈린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20홈런 80타점을 기록할 정도로 좋은 타격 실력을 보이고 있으며, 2022년을 기점으로 수비에서도 리그 최정상급 유격수로 성장하며 2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거머쥐었다. FA 계약 후에도 하락세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반면 스토리의 경우 콜로라도 시절 타자에게 유리한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쓰면서 30홈런을 여러번 기록했지만, FA 직전 시즌을 망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보스턴 이적 후에는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몸값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 43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2023년 성적을 비교하면, 타격에서 김하성은 스토리보다 월등히 뛰어났고 스완슨과 비교해도 아주 밀리지는 않았다. 실제 OPS(출루율+장타율) 차이는 스완슨이 0.744, 김하성이 0.749로 큰 차이는 나지 않았는데, 시대 흐름과 구장 특성을 반영한 조정 OPS(리그 평균 100)는 스완슨이 99를 기록한 반면 김하성은 110으로 큰 차이가 났다. 장타력은 스완슨이 좋았지만, 출루율은 김하성이 훨씬 더 높았다.
수비는 여러 지표에서 스완슨이 김하성에 비해 우위를 점했다. 단, 유격수로만 나섰던 스완슨과는 달리 김하성은 2루수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지만 팀 사정상 2루수와 유격수, 3루수를 두루 맡아야 했다. 그럼에도 OAA(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에서 +9, RAA 수비(평균 대비 실점 방지 기여)에서 +7, 디펜시브 런세이브(DRS·수비로 막아낸 실점)에서 +16으로 리그 최정상급 수비를 과시했다. 스토리 역시 적은 경기 수에도 불구하고 수비에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으나 김하성에 미치지는 못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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