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청부 몰랐다”는 방심위원장, 작년 9월 ‘이해충돌’ 가능성도 보고 받았다
류 위원장 형제 추정 제기된 민원과
이해충돌 방지 규칙 내용도 포함 돼
“방심위 도덕적·윤리적 정당성 파탄”
이른바 ‘청부 민원’ 의혹을 받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지난해 9월 자신의 가족 명의 민원과 이로 인한 ‘이해충돌’ 규정 위반 가능성을 보고 받았다는 방심위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 지부는 지난해 9월 류 위원장 형제로 추정되는 이의 민원 내용과 이해충돌 규정 등에 대한 방심위 내부 보고서를 22일 공개했다. 앞서 지난 21일 한겨레는 류 위원장이 가족·지인을 동원해 민원을 했다는 의혹 제기와 관련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서 류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접수된 160여건의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심의 민원 중 100여건이 류 위원장의 사적 이해관계자가 낸 것으로 추정된다는 질문에 “내가 일일이 그들에게 전화해서 민원을 사주했다는 말인가. 그럴 이유가 뭐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22일 방심위 노조가 공개한 문건의 제목은 ‘JTBC 뉴스룸 민원인 관련 보고’로 지난해 9월14일이란 날짜도 명기돼 있다. 해당 문건에는 같은 해 9월19일 방송소위에서 다룰 예정인 JTBC 뉴스룸 관련 민원이 총 55건 접수됐으며, “9월5일 위원장님 형제분으로 추정되는 A씨께서 민원을 신청해 익일 접수된 상태”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A씨가 제기한 민원은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를 사실인 양 보도한 데 대해 강력한 심의를 해달라”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는 ‘방심위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의 상세한 내용도 들어가 있다. 임직원의 가족은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며, 임직원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있을 때는 이해충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류 위원장이 가족들의 민원으로 이해충돌 규정을 위반 할 수도 있음을 보고 받았다는 의미다.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 잇따른 야권 방심위원 해촉 등과 관련해 23일 오전 국회에서는 민주당 국회의원, 언론단체, 학계, 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방심위 현안 관련 긴급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간담회에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해촉을 재가한 김유진·옥시찬 전 야권 추천 방심위원과 윤성옥 방심위원, 최선영 국회의장 몫 방심위원 피추천자 등도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22일 김유진·옥시찬 방심위원 자리에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전임교수와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을 위촉했다.이로써 방심위원 구성은 여야 6대 1 구도가 됐다. 방심위 전체 9명 정원 가운데 국회의장 추천 몫 2자리도 비어있는데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추천 몫 후임자만 위촉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류희림 체제 방심위의 도덕적・윤리적 정당성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으며 회생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수명을 다한 류희림 체제를 유지하기보다 방심위원 전원이 총사퇴하는 것이 오히려 언론자유의 헌법 가치를 지키고,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도구라는 오명을 벗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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