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도 못한 걸 세븐틴이? 나영석 PD에겐 추가적인 묘수가 있을까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4. 1. 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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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벌었는지 모르지만 시청률은 저조한 ‘나나투어’, 앞으로의 여정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예능 <나나투어>의 목표는 프로모션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 자체로 놓고 보면 새로움은 없다. 자체 콘텐츠로 익숙한 아이돌 예능 콘텐츠에 익숙한 나영석표 여행예능의 만남이다. 주요 볼거리를 구성하는 게임들도 <신서유기>, <뿅뿅 지구오락실> 시리즈와 동일하다. 그런데 많이들 언급했듯이 '영업' 방식이 새롭다. 60분 편성의 방송이 끝나자마자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에 120분 편성의 유로 콘텐츠가 올라가는데 그 가격이 3만 7천원이다. OTT구독료를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지만, 팬덤 대상 콘텐츠, 굿즈로 접근한다면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해볼 만한 도전이다. 방송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이란 측면에서 방송국이나 OTT에 납품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활로이며, 염두에 둔 타깃 시청자들 또한 글로벌하다.

다시 말해 tvN에서 방송되는 <나나투어>는 멤버가 13명인 줄도 모르는 시청자(대중)에게 세븐틴을 더 널리 알리는 기회인 동시에, 팬들에게는 나영석 사단이 제작한 예능에는 자체 콘텐츠 예능과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음을 홍보하는 장이다. 일반 시청자 대상 본방송은 익숙한 나영석표 예능에 세븐틴 멤버들의 매력과 호칭을 파괴한 에피소드부터 시작해 가족 같은 끈끈함과 건강한 에너지를 소개하데 초점을 맞추고, 팬덤을 겨냥한 풀버전은 팬들의 시선에 맞춰 각 멤버들의 개별 에피소드나 '고잉 세븐틴'을 연상케 하거나 연장선상에 있는 정서와 에피소드들을 담는다.

나영석 사단은 지난 10여 년간 끊임없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으면서 늘 끊임없이 예능계를 견인했다. 2015년 가장 먼저 웹예능에 도전했으며, 이후 TV편성을 웹예능의 홍보 수단으로 삼는 전복된 투 트랙 전략은 센세이션했다. 최근에는 스트리밍을 비롯해 완전히 몸집을 가볍게 하는 웹콘텐츠의 제작 문법과 정서 등을 학습하며 웹생태계에 맞추는 실험을 성공리에 이어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 <나나투어>는 K-콘텐츠를 예능에 싣고 사업성을 따져보는 또 하나의 실험이다. 실제로 팬덤의 화력이 많이 반영되는 빅데이터 기반 화제성 차트에서 <나나투어>나 세븐틴은 방송이 시작된 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제작사로서, 예능업계, K-팝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예능 콘텐츠를 바라봤을 때 새로운 방식을 찾는 실험은 언제나 환영이다. 위버스의 매출이 어느 정도 만족할 수준일지에 따라 실험으로 남을 수도 사업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시청자 입장에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능을 어떤 흐름이나 목적을 이해하며 즐기거나 가치를 매길 필요는 없다. 9년차 글로벌 K-팝스타 세븐틴의 우정 여행이 수많은 여행 예능 중 어떤 새로움과 재미를 갖고 있는지 또한 여전히 중요한 평가요소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서도 나영석 PD는 "아이돌 그룹이 주인공인 예능프로그램이 시청률 3%를 넘기기는 쉽지 않다. 일반 시청자와 팬덤을 모두 아우르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세븐틴을 주인공을 삼은 이유도 이런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는 대중성으로 꼽았다.

아이돌 예능에는 장벽이 존재한다. 과거 건강식품 CF처럼 일단 마음을 열고 접하면 그럭저럭 볼만하고, 매력도 느낄 수 있는데, 그 시작이 다소 어렵다. 즉, 팬이 아니라도 볼 이유를 만들어내면 좋은데 이는 BTS도 못한 일이다. <나나투어>는 이런 기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세븐틴의 팬덤에 나영석이란 대중적 인지도를 더한 '꼴라보'이기도 하다.

여행의 시작은 <꽃보다 청춘>의 기막힌 납치극을, 진행은 유튜브채널 <십오야>를 통해 더욱 친숙해진 나영석 PD 브랜드를, 레크레이션, 즉 게임 분량은 <뿅뿅 지구오락실>의 남자 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렌체나 로마 거리를 다니는 여행, 열기구나 와이너리 체험과 같은 일정들을 통해 여행의 볼거리에 정서까지 얹어서 담는 방식은 <꽃보다 할배> 시리즈 등이 연상된다.

친한 친구들끼리 재밌게 노는 듯한 해맑은 모습이 귀엽기도 부럽기도 하고, 장면과 상황마다 색다른 조합의 유닛이 되어 보여주는 캐릭터 플레이가 끊임없는 활기를 만든다. 특히 함께 장을 봐와 밥을 차릴 때 분업을 하는 모습들, '자네 지금 뭐하는 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잡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역시나 나영석 사단의 전매특허이며, 세븐틴 만의 에너지가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그런 과정에서 12명 출연자(멤버)의 다채로운 캐릭터가 익숙하고 친근하게 다가오고, 그 과정을 거치며 멤버들의 이름을 깊이 각인하게 된다.

하지만 역시나 쉽지 않다. 3회까지만 놓고 봤을 때 세븐틴을 빼놓고 하나의 예능 콘텐츠 관점에서 새로움은 딱히 찾기 어려웠다. 기존의 틀 위에 '세븐틴이 한다면?'이 가장 강력한 기획의 한 줄이기에 세븐틴에 대한 호기심이 적다면 관심을 가질 확률도 제한적이다. 게다가 나영석 예능의 감수성은 공감대 혹은 로망이란 정서적 틀을 갖고 있다는 점인데, 화려함 뒤에 가려진 아이돌들의 인간적 모습에 대한 애정과 응원의 정서가 기본이 되는 아이돌 콘텐츠에서는 큰 장점을 발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아이돌 예능이 그들의 노래나 영향력에 비해 예능에서 스타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찰예능의 방정식이기도 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팬이 아닌 이상, 20대 후반 아이돌들이 그동안 지치고 빡빡한 일정을 벗어나 평범한 또래들처럼 지내는 모습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감상과 수학여행을 따라온 듯한 에너지에서 정서적 공감대나 재미를 느낄 대중의 폭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청률이 예상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나투어>는 앞으로의 여정을 어떻게 풀어갈지, 해석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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